코로나19 담당 의료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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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 승인 2022.09.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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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요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조금씩 안정되어가고, 실외 마스크 착용을 전면 해제한다는 뉴스를 보면, 2021년 후반기에서 2022년 전반기에 병원 감염관리실장으로 최전방에서 코로나19와 눈물겹게 싸우던 때가 생각이 나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돌아보면 그때 많은 일이 있었고, 말 그대로 죽을 듯이 힘들었던 때였던 것 같다. 아마 최전방에서 코로나19와 싸웠던 사람이 아니면 그 어려움과 마음을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수병원 감염관리실은 의료관리실 산하에 있는데 감염관리실장과 팀장이 2021년 10월 말에 여러 사정으로 감염관리실을 떠나게 되었다. 이때가 코로나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시기여서 의료관리실장인 내가 새로운 감염내과 과장이 오기까지 임시로 감염관리실장을 맡기로 했다. 코로나 환자 및 중증 환자들이 늘어나고, 코로나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나의 생활도 조금씩 힘들어졌다. 많은 외래와 수술 후에 대부분 저녁 식사를 병원에서 간단히 먹고, 밀린 결재와 회의 그리고 감염관리실의 일을 정리하면 거의 매일 9~10시 정도에 집에 들어갔던 것 같다. 주말에도 잠깐이라도 거의 매주 병원에 나왔던 것 같다. 시·도·중대본 등에서 처리해야 할 공문이 많이 내려왔다. 코로나 PCR 검사를 시행하고, 백신접종 센터를 만들어 백신접종도 해야 했고, 코로나19 중등증, 중증 병상을 만들어야 했고, 재택치료도 시작해야 했다. 회의도 많이 하면서 일을 서로 조율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도 많았다. 환자 병상 배정문제로 도청 병상배정팀, 감염관리실, 호흡기내과 과장하고 밤늦게까지 연락하고 조율하면서, 마음도 많이 조리기도하고, 갈등도 겪고 해소하는 과정도 많았다. 팀장과 직원들은 야근이 다반사였고, 힘들어 우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주변에서 같이 도와주고 일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잘 넘길 수 있었다.

이 기간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 한가지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2월 어느 날, 종일 수술하고 회의가 끝이 나고 10시 정도에 집에 들어가는데 갑자기 원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응급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한 코로나 산모가 있는데 수술할 병원을 못 찾아 급히 우리 병원에서 가능하냐고 도에서 문의가 와서 가능하다고 하셨다고 수술을 준비하라는 전화였다.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순간 ‘오늘 밤 날샜다. 이러다가 내가 정말 과로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정 정도에 산모가 도착하면, 수술하고 코로나 중증 병실로 옮기면 아침일 건데. 내가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참 힘들었다. ‘환자 진료도 힘든데, 왜 감염관리실장을 맡는다고 해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다시 들어가서 수술실과 코로나 병동의 이동 동선 확인을 하고, 마취과와 수술실 당직팀에게 Level D 입는 방법과 수술실에서의 대처 방법을 다시 교육 및 상기를 시켰다. 그리고 산부인과 당직 과장과 정말 든든한 중환자실 실장과 환자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데, 두 분 과장님들은 힘들어도 당연히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니 참 대단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자정 즈음에 산모가 응급실에 도착하여 바로 코로나 병실로 옮겼고 산부인과 당직 과장이 level D를 입고 환자를 보러 들어갔다. 나는 속으로 ‘환자 상태가 조금 좋아져서 오늘 새벽이 아닌 내일 정규시간에 수술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환자를 보고 온 산부인과 과장은 수술을 바로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준비된 수술실에서 새벽 2시가 넘어서 제왕절개 수술이 진행되었다. 그래도 나름 역사적인 장면이어서 옆에서 수술이 진행되는 것을 보았다. 숙련된 두 분의 산부인과 과장님의 능숙한 수술로 수술이 잘 진행되어 태아도 잘 나왔다. 태아의 힘찬 울음소리를 듣게 되니 기분이 참 좋았다. 태아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신생아 중환자실로 잘 이동했다. 이런 역사적인 장면이 다음날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술이 정리되어가니 긴장도 풀리면서 피곤하고 졸리면서 내일 일이 걱정되었다. 역시나 잠시 자고 나온 다음날 외래는 내내 피곤하고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감염관리실장을 맡고 있지 않아 전처럼 코로나19 상황을 심각하게 체감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코로나 최전방에서 열심히 싸워 주셨고,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코로나와 열심히 싸우고 있는 귀한 의료진들 덕분에 코로나19 팬데믹의 힘든 상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실외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되는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응원합니다. 의료인 여러분, 덕분입니다!

박영삼<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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