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그늘, ‘고독사’의 역습과 대안은?
우리 사회의 그늘, ‘고독사’의 역습과 대안은?
  •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9.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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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사회분화가 가속하면서 인구구조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세대를 막론하고 1인 가구의 가파른 수적 증가가 눈에 띈다. 나 홀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1인 가구의 이면에는 고령자의 쓸쓸한 죽음은 물론 청년 고독사의 망령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현상이자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고독사’가 섬처럼 존재하는 고립무원의 사회적 관계 단절에서 오는 구조의 문제라면, 개인적 외로움에 무게를 두는 ‘고독사’보다는 ‘고립사’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각과 별개로 우리 사회에서 법률로 정하고 있는 ‘고독사’는 이제 사회적 차원의 대응과 예방을 위해 또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최근 황운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 1인 세대가 전체 세대 수의 41%를 차지하며 이 중에서 청년층(20~30대) 315만 세대, 중년층(40~50대) 294만 세대, 노년층(60대 이상) 357만 세대로 집계되고 있다. 1인 세대의 증가와 함께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고독사에 대한 체계적 접근을 위해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고독사예방법」은 정부에게 실태조사와 통계작성 등을 의무화하고 5년마다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수립을 강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시행령에 명시된 ‘고독사예방협의회’는 그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증을 드러내고 있다. 고독사 실태조사와 함께 기준 없이 혼용되는 통계작성도 문제다. 통상 사후 시신을 넘겨받을 가족이 있으면 ‘고독사’, 시신 인수자가 없거나 가족이 거부하면 ‘무연고사’로 분류되지만, 복지부가 지난 5월 발표한 고독사 현황을 보면, 서울과 부산, 제주만이 자체적인 고독사 통계 자료를 제공했고 그 외 12개 지방자치단체는 무연고사 자료로 대신했다. 더구나 광주·전북·경북·경남은 자료 자체를 제출하지 않았다.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정책적 대안 마련은 중앙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 고독사 예방을 위한 체계적 접근은 완성될 수 있다. 우리 전북지역의 경우, 전주시를 비롯 순창군, 무주군, 고창군, 부안군은 여전히 고독사 예방 조례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지원과 관련, 전라북도에는 장수군 ‘홀로 사는 노인과 장년층 1인 가구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 익산시 ‘1인 가구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예방 및 지원 조례’, 군산시 ‘1인 가구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가 있을 뿐이다. 고독사를 마주하는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라북도가 최근 복지부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전주시와 함께 고독사 위험자 조기 발견 및 상담, 치료 등 시범사업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 시범사업의 핵심은 기존 노인 중심으로 이루어진 고독사 대응체계를 청소년과 청년, 중장년 계층으로 확대하고,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도내 인구 3명 중 1명이 1인 가구이고 29세 이하 가구 중 77.4%가 1인 가구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이번 시범사업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사회적 단절과 고립으로 인한 1인 가구의 암울한 그림자가 남긴 ‘고독사’는 과연 극복될 수 있을까? 특히 고독사의 주변인으로 방관 되었던 청년이 이제는 당사자로 지목되는 아픈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고독사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우리의 이웃이 없길 바랄 뿐이다. 「고독사예방법」이 실행되고 있는 만큼 그 실효성이 배가될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잘 조화되길 기대해 본다.

최낙관<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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