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사망원인? 변함없는 세계 최고의 자살률
한국인의 사망원인? 변함없는 세계 최고의 자살률
  •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2.09.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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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통계청은 27일 한국인의 ‘2021년 사망원인 통계’를 발표했다. 작년 사망자 31만7천680명의 사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암(악성신생물)으로, 전체의 26.0%를 차지했다. 이어 심장 질환(9.9%), 폐렴(7.2%), 뇌혈관 질환(7.1%), 고의적 자해(자살)(4.2%), 당뇨병(2.8%), 알츠하이머병(2.5%), 간 질환(2.2%), 패혈증(2.0%), 고혈압성 질환(2.0%) 순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10대, 20대, 30대는 자살이 사인 중 가장 많았다. 자살 사망자 비중을 보면 10대 43.7%, 20대 56.8%, 30대 40.6%에 이른다. 40대 이후에는 암이 사인 1위였다. 암으로 사망한 사망자 비율은 40대 27.7%, 50대 35.4%, 60대 41.4%, 70대 34.7%, 80세 이상 17.1%였다. 한마디로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10대부터 30대까지는 자살, 40대 이후는 암이었다.

자살의 경우 작년엔 하루 평균 36.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으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자살 사망자는 1만3천352명으로 전년보다 1.2% 늘었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한 사람 수를 뜻하는 자살 사망률은 작년 26.0명으로 전년보다 1.2% 상승했다. 자살률은 남자(35.9명)가 여자(16.2명)의 2.2배였다. 남녀 간 자살률 성비(남/여)는 10대에 1.1배로 가장 낮고 80세 이상이 3.7배로 가장 높았다. 자살률이 가장 높은 시도는 강원(27.3명)이고 다음이 충남 그리고, 가장 낮은 시도는 세종(17.8명)이었다.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국가 간 연령구조 차이를 제거한 표준화 사망률로, OECD 표준인구 10만명당 명)로 보면 한국은 23.6명으로 OECD 38개국 평균 11.1명의 2배가 넘었다. 자살률이 20명대인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리투아니아(20.3명)가 유일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가 OECD 부동의 1위 자살률을 보인 것은 벌써 25년도 더 된 일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IMF 이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사실 우리나라는 원래 자살이 흔한 나라가 아니었다. 머리털 하나도 함부로 자르지 않았던 유교적 문화 전통이 강하고 가족 간의 유대감이 높은 우리나라는 부모가 남겨 준 생명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인 나라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런 전통의 가치는 사라지고 심리적 공황 상태와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을 보면 과거에는 질병과 생계난 등 현실적 문제로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현재는 고독·비관·실연·가족 문제 등으로 심리사회적 원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고도의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고 97년 IMF 이후 빈부격차의 심화, 사회안전망의 부재 등의 자본주의사회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으며, 물질 만능, 개인주의 같은 불완전한 가치관의 만연, 가족의 해체, 독거노인 문제처럼 사회적 고립의 심화 등 이런 사회적 변화에 잘 대체하지 못하면서 최근 자살의 급증을 불러온 원인이라고 많은 학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자살을 이기적(egoistic) 자살, 이타적(altruistic) 자살, 무통제적(anomic) 자살로 구분하는 데 이기적 자살은 실연 후 자살처럼 자신의 이기적 요구가 좌절된 것에 대한 자살을 말하고, 이타적 자살은 사회의 가치관에 지나치게 융합되어 자기희생의 방법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순교나 민주주의 열사 같은 자살을 말한다. 반면 무통제적 자살은 사회집단과 개인의 융화가 급격히 차단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경제적인 파산이나 경제공황, 사회적 규범과 가치가 붕괴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이러한 분류에 의하면 현재의 자살률 증가는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한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상 등을 미루어 볼 때 아노미적 사회 혼란에 따른 결과로 생각된다. 결국 부는 늘어가고 사회는 발달해 가지만 오히려 정신적인 고통은 증가해 가고 행복의 기준에 대한 가치는 무너져가면서 우리들의 마음속에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해가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사회와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실 지난 수년 전부터 정부에서는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자살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했으나 아직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자살률이 줄지 않고 있는 원인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우울증에 대한 치료 여부이다.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우울증은 바로 자살과 연결된 매우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OECD 나라 중에 한국은 우울증 유병률 1위 (36.8%)인데 우울증 치료율은 세계 최저이다. 미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66%인데 한국은 11%로 최악이다. 아직도 꺼려지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홍보, 그리고 지금도 잘못 알려진 정신과 진료가 취업이나 보험 등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좀 더 적극적 치료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개선 등이 많은 제도적 조치가 필요할 때이다.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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