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즐길 줄 알아야 문화시민
지역축제 즐길 줄 알아야 문화시민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지후아트갤러리 관장
  • 승인 2022.09.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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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은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얼굴’이라는 슬로건으로 유정한 사회를 건설하자고 설파하셨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을 행복하고 품격 높은 선진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솔선수범하는 문화시민운동을 실천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시민’이란 이와 같이 시민행복사회를 이루기 위한 다섯 가지 선제조건이 있다. 첫째는 ‘미소와 친절’이다. 기쁨과 보람을 이웃에게 감동으로 선사해 모두가 행복한 민주공동체임을 확인케 하는 것이다. 둘째는 ‘질서’이다. 규칙을 준수하고 자연과 환경을 아끼고, 모두가 공평하고 행복해지기 위한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청결’이다. 신체와 환경의 깨끗함을 넘어 우리의 정신과 마음의 상태를 맑게 해주기 위함이다. 넷째는 ‘배려’이다. 내가 소중하면 상대방도 소중하다. 노약자와 어린이, 여성, 장애인 등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다. 끝으로 다섯째 ‘참여’이다. 주민들이 지역사회 문제와 행사에 적극 참여해 공동체의식을 실천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시민’이 되려면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개최되는 축제 정도는 적극적으로, 자율적으로 참여해 즐길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9월과 10월은 어느 곳을 가도 온통 축제판이다. 전북 14개 시·군에서 개최되는 축제만도 20여개에 달한다. 현재도 개최 중이고, 앞으로도 개최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9~10월 지역축제를 보면 △전주한옥마을 왕과의 산책(6.4~10.22), △익산미륵사지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페스타(9.3~10.3), △고창 핑크뮬리축제(9.15~10.31), △김제 지평선축제(9.29~10.3), △완주 와일드&로컬푸드측제(9.30~10.2), △고창 모양성제(9.30~10.4), △남원 문화재야행(9.30~10.2), △부안 문화재야행(9.30~10.1), △전주 독서대전(9.30~10.2), △익산 서동축제(10.1~10.3), △전주 비빔밥축제(10.6~10.10), △군산 시간여행축제(10.7~10.10), △임실N치즈축제(10.7~10.10), △진안 홍삼축제(10.7~10.10), △전주 무형유산이음축제(10.8~10.9), △순창 장류축제(10.14~10.16), △익산 천만송이국화축제(10.21~10.30), △장수 한우랑사과랑축제(10.27~10.30), △고창 농촌영화제(10.28~10.30) 등이 있다.

대부분의 지역축제는 성격상 전통문화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예로부터 전승되어 내려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 공간, 주체(주민)라는 세 가지의 요소가 결합되어 그 지역만의 독창적인 문화로 태동,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승되어 온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특정 지역의 전통문화를 상품화시킨 형태 중 하나가 바로 ‘지역문화축제’인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예산을 들여 축제를 기획하고 개최하고 있다. 목적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그들에게 즐거움과 지역제품을 판매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들의 소비를 촉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함에서다.

문제는 지역축제들이 주최 기관 및 단체들, 외지인들, 관광객들의 잔치로 치러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동적 참여가 아니라 주민들이 지역축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즐길 줄 아는 문화시민이 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지역축제의 기획단계부터 주민을 축제의 주체로, 공급자로, 소비자로 다양한 형태로 참여가 가능하도록 포함시켜야 한다. 프로그램도 주민들이 쉽게, 부담없이 참여가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주민 우대 이벤트를 접목시켜 운영한다면 자발적 주민참여 문제 해결은 어렵지 않게 해결되지 않을까 필자는 생각한다.

행정적 관점에서 축제를 설계한다면 주민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간 보여준 실패사례들이 입증한다. 축제 개최 후 언론에 소개되는 말이 있다. ‘주최측 그들만의 잔치였다’는 신문 기사제목을 볼 때마다 씁쓸했다. 이런 제목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반대로 ‘전북도민의 문화자긍심을 드높였다’는 기사제목을 보고 싶다.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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