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전북을 사랑하는 사람들] 양중진 변호사 “의뢰인의 마음까지 헤아려 줄 수 있는 변호사 될 것”
[전·사·들:전북을 사랑하는 사람들] 양중진 변호사 “의뢰인의 마음까지 헤아려 줄 수 있는 변호사 될 것”
  • 용산 대통령실=이태영 기자
  • 승인 2022.09.2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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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요 검찰청 두루 거친 공안통으로 명성...법무법인 ‘솔’ 대표 변호사로 ‘새 출발’
‘검사의 대화법’ ‘검사의 삼국지’ 등 ‘책 쓰는 검사’로 법률 대중화에 앞장서 주목 받아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가 ‘검사의 대화법’ 책을 들고 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가 ‘검사의 대화법’ 책을 들고 있다.

 “현직에 있으면서 형사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멘탈’이 깨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의뢰인들의 사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헤아려 줄 수 있는 ‘마음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책 쓰는 검사로 화제가 된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 양중진(56) 전 수원지검 1차장 검사가 지난 9월1일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로 새 출발했다. 권순범(53·사법연수원 25기) 전 대구고검장과 최성필(53·28기) 전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등 10명의 변호사와 5명의 직원이 원팀으로 움직이는 중견 법무법인이다.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무주를 거쳐 남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양 변호사는 전라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97년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29기로 수료하고 2000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광주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공안1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등 일선 주요 검찰청을 거친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그 때문인지 산업안전, 중대재해와 같은 사건에 정통하다.

양중진 변호사의 검사직 사퇴에 수원지방검찰청 직원들이 환송하는 모습..

 이밖에도 대전지검 공주지청장·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등을 역임했다. 법무부 부대변인, 세월호 수사팀 공보팀장 등을 역임하면서 공보 및 홍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법무담당관으로 일하면서 친일파의 재산을 국가로 귀속해 독립운동가의 후손에게 나눠주는 일에 앞장섰고, 국가정보원장 법률보좌관으로도 일했다. 강릉지청장과 수원지검 1차장 등 거쳐 지난 7월 23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났다. 대형로펌에서 러브콜도 있었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지인, 가족들과 상의한 후 법무법인 ‘솔’을 선택했다.

 그는 현직 시절 공무원들의 여러 선거개입 사건과 정치자금법위반, 후보 매수, 선거브로커 사건 등을 맡아 매끄럽게 처리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광주지검 공안부장으로 있을 때 공명선거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6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관련해 총 321명의 선거사범을 입건했으며, 이 가운데 16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는 전국 검찰청 기준 가장 많은 입건과 구속 실적이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그의 어릴 적 꿈은 시인이었다고 한다. 대학 땐 신춘문예 당선을 목표로 습작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법대를 들어간 이유는 경찰공무원이던 아버지의 바람이기도 했고, 마침 학력고사 성적도 맞았기 때문이란다. 일단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시도 쓰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한다.

 그는 검사시절 ‘책 쓰는 검사’로 법률 대중화에 앞장서 화제를 모았다. 2020년 강릉지청장으로 근무 당시 ‘검찰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담아 보통 직장인의 시각에서 검사 직업을 다룬 ‘검사의 대화법’을 출간하며 평범하면서도 고단한 검사로서의 삶을 담아냈다.

 2018년 7월 ‘삼국지’를 대한민국 법률로 재해석한 ‘검사의 삼국지’, 같은 해 11월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법률가의 시선으로 풀어낸 ‘검사의 스포츠’ 등을 발간했다.

“법대 재학 시절부터 법률용어가 너무 어려워 우리말로 쉽게 풀어서 일반인들이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지요.”

‘삼국지’에서 유비는 최고의 지략가인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세 번이나 직접 찾아가고 편지도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여러 번 거절 의사를 내비친 제갈공명의 입장에서는 귀찮은 정도를 넘어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다. 요즘 같았으면 유비는 스토킹 범죄자로 처벌되었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점을 착안해 ‘검사의 삼국지’ 책은 43개의 삼국지 에피소드를 통해 보통사람들이 법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 내 농구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스포츠 마니아로 소문난 그는 운동경기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법률적으로 풀이하는 연재 글을 모아 ‘검사의 스포츠’를 출간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액션, 승부조작 등 스포츠 세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법률가의 눈으로 새롭게 재평가해 구성한 것으로 우리나라 스포츠 법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09년 부대변인 시절 ‘법무부 블로그’에서 이미 ‘글 쓰는 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법이나 검찰을 국민들이 좀 더 편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매개체가 바로 블로그였죠. ‘교도소 매점에서 잘 팔리는 상품 베스트 5’, ‘청송교도소에서 탈출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 등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의 시각에서 궁금할만한 소재로 글을 썼더니 반응이 좋더라구요.”

 글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는 생각에서 신문 연재와 칼럼까지 꾸준히 ‘글쓰기’를 계속해 왔다.

 변호사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한 그는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한 글도 쓰고 싶다고 한다.

 “우리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매파와 비둘기파의 대립이 많았다. ‘명분만을 가지고 백성들을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이 잘사는 세상이 과연 옳은 세상인가’ 제 스스로 자주 묻고 있죠.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추적해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찾아가는 로파크’ 운행.

 그는 검사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 중의 하나로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으로 재직 당시 ‘찾아가는 로파크(법 체험 버스)’ 를 만든 것을 꼽았다. 법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도서 벽지나 농산어촌 지역 학생, 주민들에게 직접 찾아가 법 체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그 일환으로 법률이나 법절차에 대한 접근의 기회가 적은 울릉도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체험의 기회 제공해 크게 호평을 받았다.

 그는 고향인 전북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깊다. 남원에서 초, 중학교를 다닌 후 전주로 이사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처가도 김제이어서 전북을 자주 찾는다.

 그는 전북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 프로축구 전북현대, 프로농구 전주 KCC팀을 무조건 응원할 정도로 ‘뼈 속까지’ 전북인이다.

 그는 쉬는 날엔 어김없이 한양도성 성곽 길을 걸으며 사색도 하고 건강도 다진다. 그는 꾸준한 글쓰기의 비결을 바로 이와 같은 걷기에서 찾는다.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글쓰기는 아주 쉬워진다는 것이다.

 권력과 돈을 쫓기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게 꿈이란다.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남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권력과 돈이 행복의 기준이 결코 아니다’라는 가치관이 돋보인다.

 “직업이 검사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정치인과 재벌들을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권력 있거나 돈이 많은 저분들이 과연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죠. 그런데 실제 그 분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일반인들과 똑 같고,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고민은 더 많은 거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죠.”

양 변호사의 검사 시절 직원들과 기념촬영.

 그는 정치가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결정한다고 보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도 있지만 직접 참여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한다. 가족, 친구 등 그의 주위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의뢰인의 마음까지 변호하고 싶다’며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다짐하는 그가 변호사로서 걷는 ‘제2의 삶’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이태영 기자

  <양중진 변호사 약력>  

   -제39회 사법시험 합격
 -제29기 사법연수원 수료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
 -법무부 부대변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광주지방검찰청 공안부장검사
 -대전지방검찰청 공주지청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법질서선진화과장 검사
 -대검찰청 공안1과장 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1부 부장검사
 -국가정보원장 법률보좌관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장
 -수원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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