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전주세계소리축제…실내 중심 예술제 확고, 공연예술축제가 가야할 방향성 짚어
제21회 전주세계소리축제…실내 중심 예술제 확고, 공연예술축제가 가야할 방향성 짚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2.09.25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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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기자회견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기자회견

실내 중심의 공연을 전면 배치로 예술제로 전환를 표방하며 닻을 올린 제21회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각각의 공연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며 공연예술축제가 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냈다.

축제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부대행사를 끼워넣어 천편일률적이었던 지역축제의 기능에 만족하기 보다는 양질의 공연예술문화에 집중하고, 좋은 공연과 예술가를 발굴해 성장시키는 일에 방점을 찍고 이를 실현시켜나간 것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김한)는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 올해 축제기간을 닷새에서 열흘로 늘리고, 실내공연 중심 예술제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충실하게 구현하는데 집중했다. 수년 사이 정상적인 축제 운영을 위협해 온 감염병과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대비해 안정적인 축제를 운영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부터 열흘 간 진행된 소리축제는 평년 150회 안팎의 공연을 선보여 왔던 것을 과감하게 76회로 축소, 각 공연들이 빛이 나도록 하는데 신경을 썼다.

명인홀 판소리 김도현 적벽가
명인홀 판소리 김도현 적벽가

지난 8월 소리축제 프로그램 발표회 이후 본격적인 개별 공연에 대한 홍보에 돌입해 공연관람이라는 목적성을 갖고 축제현장을 방문하는 층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효과를 보였다.

실제, 유·무료 실내공연 31회 가운데 90% 이상에 달하는 좌석점유율을 기록한 공연은 모두 19개로 분석됐다. 24일 현재 유·무료 실내공연 평균 객석 점유율은 80%, 유료 점유율은 75%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유료 객석 점유율에서 평균 약 15% 가량이 상승해 목적성을 가진 유료 관람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올 축제가 실내 공연 중심으로 차분하게 진행되다 보니 다양한 장르에서 두텁게 걸쳐 팬층이 폭넓게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근대 오명창을 현대로 소환한 개막공연 ‘백년의 서사’는 이들의 소리가 현대의 소리꾼과 관객들에게 어떤 감정과 영감을 불러올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적인 무대였다.

심청가의 비감어린 대목들을 뽑아낸 ‘심청 패러독스’는 방수미, 박애리, 정상희 세 명창의 탄탄한 소리 바탕과 역량 위에 펼쳐진 입체적인 작품으로, 판소리 공연의 신선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클래식 팬층을 위한 ‘KBS교향악단 접점’과 ‘마에스트로 정명훈 실내악 콘서트’등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고, 가족공연 ‘알피’는 6회차 전회 공연에 관람객이 가득찼다.

올해 야심차게 준비한 지역명소 특별프로그램은 관객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무대였다는 평이다. 전주 덕진공원 연화정, 부안 채석강, 치명자성지 평화의전당 등에서 펼쳐진 공연은 주변의 정취와 예술과의 어울림이 한몫했다.

부안 채석강의 정취와 함께 펼쳐진 ‘왕기석 명창의 수궁가’ 현장 스트리밍 공연은 바다의 짠바람에 맞선 소리꾼의 기개를 볼 수 있는 무대가 되었고, 평화의전당에 울린 기타 선율은 깊어가는 가을밤 정취를 더욱 진하게 물들였다. 덕진공원 연화정에서 진행된 젊은 판소리 다섯바탕은 한옥의 정취와 연잎향과 잘 어울렸고, 김일구 명창 등이 참여한 마스터클래스는 판소리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으로 관객들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이에 따라 소리축제가 자체 제작으로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개·폐막 공연에 들어가는 공력을 조금 내려놓고, 앞으로는 축제 기간 전반에 걸쳐 밀도 있는 공연들이 선보여질 수 있도록 전략적인 선택도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국내외의 발표작 중에서 소리축제와 가치가 맞닿는 작품을 초청해 개막작으로 선보인다든지, 전북 지역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창작공연들의 경우에도 소리축제와의 결합으로 상당한 티켓파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모악광장 기계학습데이터 발표
모악광장 기계학습데이터 발표

김한 조직위원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내부적으로는 많은 행사들이 몰려 있는 9월과 10월이라는 시기적인 문제와 한계, 축제와 예술제의 분리 운영 등 여러 아이디어가 오간 것도 사실이다”면서 “올해는 소리축제가 예술제로 포맷을 바꿔가는 과정,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테스트 단계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성과와 아쉬운 점 등을 면밀하게 진단해 다음에 보다 구체화된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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