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향촌(離都向村)을 꿈꾸며
이도향촌(離都向村)을 꿈꾸며
  • 윤준병 국회의원
  • 승인 2022.09.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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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병 국회의원<br>
윤준병 국회의원

‘지방소멸(地方消滅)’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역을 다니다보면 농번기 이외에는 길거리에서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듣는 것은 더욱 어렵다.

대한민국 시골이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 공업화가 본격화된 1960년대부터 일자리를 찾아 진행된 이촌향도(離村向都)의 결과다. 농가인구는 1960년 1,424만에서 2021년 221만명으로 60여 년 만에 1,200만명(약 85%)이 넘게 감소했다.

농촌의 가구당 구성인원 감소와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어린 시절 필자의 가족구성원은 12명이었다. 그러나 현재 농촌의 가구원 수는 2.1명에 불과하며, 2인 이하 농가 비율도 78%에 이른다. 2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자다.

이처럼 농가인구의 지속적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농업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득이 높고 생활 여건이 더 나은 도시로 떠나는 이촌향도가 계속되고 있다. 도시는 인구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농촌은 인구소멸과 일손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농촌 일손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2004년부터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 2017년부터 계절근로제를 통해 외국인 노동력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의 계절적 특성과 맞지 않는 체류기간 문제, 농가당 인력 제한, 잦은 무단이탈, 외국인 인력중개 불법브로커, 코로나19로 인한 입국자 감소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외국인력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농가는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촌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대 5개월까지인 ‘장기체류자격 계절근로비자’를 9개월까지 늘리고, 현재 ‘2만㎡ 이상 4만㎡ 미만의 경우 5명(과수 기준)’ 등으로 정해진 영농규모별 제한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작목별로 근로자가 필요한 시기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지자체가 도입한 외국인 근로자를 농협이 직접 고용해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공급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광역자치단체가 광역단위로 외국인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작목별 탄력적 인력 공급에 적합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농촌인력 문제를 외국인 근로자 확대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국내의 청년일자리, 노인일자리 사업 등을 보완해 농촌과 연계하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일자리 차원에서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청장년들에게 농촌일손돕기에 참여하도록 권장하고, 농촌일손돕기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실업급여와 동시에 수령이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등 새로운 시각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로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행해지고 있기도 하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서도 농촌일손돕기가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농촌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이미 노인일자리 사업이 매우 인기가 높아 경쟁을 해야 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그러나 제한적인 사업량과 참여자 선발 기준으로 인해 원하는 모두가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시의 어르신들에게 농촌일자리를 적극 홍보하고 실질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교통과 숙박 문제를 해결하는 등 다양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민간영역의 적극적 농촌 활동 참여도 필요하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에는 농촌 일손을 도우며 노동의 의미와 농촌의 실상을 체험하는 봉사활동인 ‘농활’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그러한 활동이 잘 보이지 않는다. 농촌의 일손을 돕는 농활의 활성화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

대학생은 물론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등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 조막손이라도 필요한 농번기에 1~2주 정도 농촌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함은 물론 정부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매해 농번기 때마다 당직자들과 함께 ‘농활’을 하고 있다. 축복처럼 내리쬐는 태양볕과 선선한 바람 속에서 막걸리 한잔하며 농민들과 함께 식량주권을 지켜낼 ‘농활’의 부활을 기대한다. 나아가 농부의 경쟁력이 도시노동자의 경쟁력을 앞지르는 이도향촌(離都向村)의 시대가 도래하는 꿈을 꾸어본다.

윤준병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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