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전주세계소리축제] 끊임없이 반복되는 C의 항해
[2022전주세계소리축제] 끊임없이 반복되는 C의 항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2.09.22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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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폐막공연 ‘전북청년열전 In-C’ 구슬땀 흘리는 예술가들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공연 ‘전북청년열전 In-C’에 참여하는 음악가들이 22일 리허설 무대에 앞서 각자의 소중한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제공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공연 ‘전북청년열전 In-C’에 참여하는 음악가들이 22일 리허설 무대에 앞서 각자의 소중한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제공

순항중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이번엔 청년음악가들과 끊임없이 반복되는 C코드로 항해를 떠나며 또 한 편의 화제작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30여 명의 청년음악가들이 참여하는 폐막공연 ‘전북청년열전 In-C(음악감독 미연)’에 대한 이야기다. 공연은 25일 오후 8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이뤄진다.

이날 무대에 서는 음악가들은 전통악기와 서양악기, 소리꾼, 성악가까지 단 한 명도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다. 더블베이스, 가야금, 바순, 해금, 바이올린, 플롯, 마두금, 첼로, 드럼, 비파, 글로켄슈필, 저대, 시타르 등 같은 악기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다. 익숙한 악기들도 많지만 생소한 악기이름도 여럿 보인다.

이들 청년음악가는 각기 다른 장기를 지닌 매우 다른 악기로 현대음악에 커다란 질문을 던진 작곡가 테리 라일리의 작품 ‘In-C’에 도전한다.

‘In-C’는 음악가 한 명 한 명이 차례로 수많은 C(도)를 반복, 중첩해 나가는 고난이도의 몰입을 요하는 음악이다. 미니멀 음악이라는 해석을 달고 혜성같이 나타나 현대음악의 사조로 불린다. 국내에서 전통악기와 서양악기 연주자를 모두 아울러 테리 라일리의 In-C에 40여 분 이상의 연주로 도전하는 것은 최초의 일이다.

이 무모한 도전에 몸을 던진 청년음악가들은 수차례 단체연습과 개인연습을 거치며 폐막공연을 준비했다. 준비된 워크숍 일정에 단 한차례만 빠져도 무대위에 설 수 없었던 혹독한 스케줄을 견디는 일은 고행이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22일 오후 7시 오픈 리허설을 통해 최종 점검에 나서면서 또 하나의 역사를 그리는데 합을 맞추고 있다.

판소리로 참여한 고승조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원은 “처음에는 시나위에서 하는 구음 등을 생각했는데 그 방향이 아니었고, 가사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음계를 계속 불러보면서 소리적인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더 넣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더늠’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고 단원은 “이번 공연은 53개의 패턴이 계속 반복되며 점층적으로 쌓아가는 연주를 하게 되는 형태다”면서 “듣다 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친숙하게 느껴져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관객들에게 관람의 팁을 전하기도 했다.

바수니스트 강소영 씨는 “처음 악보를 봤을 때 이것이 음악으로 만들어질까 하며 반신반의했는데 음악이 되니 굉장히 신기했다”면서 “클래식 연주도 집중력을 요하지만 이번엔 악보가 단조로워서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귀를 열고 다른 악기들의 연주를 주의깊게 듣고 있다가 연주를 해야해서 또 다른 집중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클래식 연주에서 관악기 파트의 경우는 주고받는 형태이거나 쉬는 타이밍이 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어려워 입이 부르트도록 연주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게 소리축제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 씨는 “오로지 클래식만 생각했다가 국악기 등과 화합해 연주할 수 있었던 기회가 매우 새로웠고, 개인적으로 새로운 영역이 열리게 된 것 같아 의미가 있다”면서 “소리축제는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축제라고 생각했다. 이번 폐막공연처럼 음악인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발판를 마련해주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은 필연적으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용기와 도전을 마주해야만 한다. 어쩌면 그 도전은 이들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C의 항해에 재거나 뒷일을 계산하지 않고 나서는 일일지 모른다. 이들이 준비한 배에 승선하고자 한다면 판단과 해석하기를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장에 발걸음하면 된다. 공연은 5세 이상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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