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을 극복할 최고의 동력, ‘뿌듯함’
어려움을 극복할 최고의 동력, ‘뿌듯함’
  • 이소애 시인 / 문학평론가
  • 승인 2022.09.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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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애 시인 / 문학평론가
이소애 시인 / 문학평론가

 기억이 감정을 만든다기에 기억을 인출 할 수 있는 옛날을 불러 본다. 내가 나를 불러내는 단서를 찾기 위하여 시간의 압제에서 벗어나 미래로 달려가는 현재가 재밌었다. 그 문턱에서 ‘뿌듯함’이란 단어에 매달려서 감정의 초침을 살펴보았다. 뿌듯함을 느끼기 위하여 순간의 감정을 꽉 붙잡고 발뒤꿈치를 들고 땅 위를 걸어가면서 구름의 표정도 읽어 보았다.

 ‘뿌듯함’은 지난 8월에 종영된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마지막 대사다. 우영우는 “오늘 아침 느끼는 감정의 이름”을 만족, 즐김, 기쁘지만 그게 전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출근길 회전문을 통과하다가 드디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단어를 찾아낸다. 뿌듯함이다.

 인간은 십만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의태어인 뿌듯함을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기억이 없다. 국어사전에는 형용사이며 ‘기쁨이나 감격이 마음에 가득 차서 벅차다.’라고 쓰여있다. 절제되고 경직된 나의 삶은 이 단어를 끌어당길 부드러운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뿌듯함은 언제 내게로 와서 감정을 최상의 기쁨으로 이끌어 가는지 궁금했다. 경험하고 싶은 단어였다. 성취감, 자랑스러움, 행복감, 만족감이 뿌듯함으로 연결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리라고 마음먹었다. 내가 기쁨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기쁨이 생명력이 강해서 아무렇게나 피는 고만이 꽃처럼 불러주기를 기대해 보았다.

 시가 절망에 허덕이는 꼬리 잘린 짐승에게 용기를 주는 먹잇감이었으면 한다. “뿌듯하다!”라고 양팔을 뻗어 올리고 기쁜 함성을 질러 보겠다는 각오도 해보았다.

 시인은 아무것도 아니면서 세상 모든 것을 말한다. 새벽에 피어나는 나팔꽃을 보고 꽃잎에서 노래를 듣는다. 이른 새벽 감미로운 나팔 소리도 듣는다. 시인은 제멋대로 상상의 거대한 우주로 유영하는 기억을 소유한 자다.

 우리의 깊은 심장에서 들리는 진동에 귀를 기울여보고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감정을 꺼내어 볼 일이다. 시가 나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때 “뿌듯하다!”라고 소리 지를지도 모른다. 우영우가 회전문을 혼자 도전하듯 헉헉거리는 고된 삶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용기를 저장하여야 한다. 쿵짝짝 박자에 맞춰가며 내가 할 일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성취감이 뿌듯하므로 손잡아 주리라는 동력에 도전해 본다.

 한겨레(2022.9.15.)신문 칼럼에서 충격적인 글을 읽었다. 6인실 병실에서 함께 병실을 쓰는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죽음을 맞이한 한 노인의 모습이 생각을 휘돌고 간다. 가족들 얼굴도 못 보고 병원 천장만 바라보다가 그렇게···. 마지막으로 손잡아주는 이 하나 없이 하얀 침대보만 붙들고 눈을 감는다는 글에서 나도 그럴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뿌듯함을 짓눌렀다.

  참혹한 생각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방탄소년단의 <소우주> 노래를 들어본다. 절망적인 세상에서, 몸부림치는 무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감성 조절 방법이기도 하다. 반짝이는 별빛들을 초대하면서 밤의 표정이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라는 감미로운 노래였다. 절망의 불빛일지라도 누군가에게 희망의 불빛이 될 거라는 꿈이 일렁이는 자장가였다.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러나 내가 본 별의 세계는 이렇다. 융합적인 세상이 아닌 저항적인 별들의 세계는 재밌는 세상이 아니어서 별이 똥으로 내게로 온 시다.

  원통하고 분해도 떨어지면 똥이다/은하수 무리에 숨어서 숨 쉬면 별이다// 밤하늘에 비수를 긋고 뻔쩍이는 빛은/곧 스러진다/똥줄 빠지게 매달려야 산다/ 반짝거려야 별이다//떨어지면 별똥별이여/내가 나를 붙잡고 살아봐 <별도 떨어지면 똥> 전문

 방탄소년단의 <소우주>에 매료되었던 밤은 내가 70억 별 속의 ‘나’의 존재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어려움을 극복할 동력이 아닌 별은 빛을 밤하늘에 비수처럼 긋고 떨어진다.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우린 나의 이웃에게 나누어 줄 더 빛나는 70억 개 별빛, 내가 그 불빛이라는 존재감이 광활한 우주에 살고 있음을 최고의 동력으로 발동해 본다.

 이소애 <시인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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