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주세계소리축제] 세 명창이 빚어낸 입체적 판소리 ‘심청 패러독스’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 세 명창이 빚어낸 입체적 판소리 ‘심청 패러독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2.09.20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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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판소리 다섯바탕 중 가장 모질고 비극적인 장면들이 많은 ‘심청가’라지만 이렇게 뜨거운 눈물이 터져 멈추지 않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야심차게 기획한 ‘심청 패러독스’는 그동안 정통판소리 공연부터 창극, 퓨전판소리,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숱하게 접해왔던 심청과는 어떤 부분이 달랐던 것일까?  

 지난 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무대에선 방수미, 박애리, 정상희 명창은 연기력을 한껏 끌어올리며 당신들의 감정안으로 객석의 모두를 끌어들였다.

 죽음과도 같은 고통으로 가득한 삶, 그러나 죽음으로써 비로소 삶을 얻게되는 지독한 모순을 그러내면서 가장 비감어린 감정, 비애로운 감정을 저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린 것. 너무도 처연했다. 처절했다.

 무대 위 세 명창은 손에 부채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대신 망토를 걸쳤는데 그 모습은 명창의 각기 다른 성음과 개성있는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오브제가 되었다.

 이를테면 망토의 모자까지 깊숙하게 눌러써 입었을 땐 앞이 보이지 않는 심봉사의 절망적인 상황을 더욱 깊숙히 형상화하는 듯 했다. 모자를 벗었을 때는 현실의 희로애락을 배우들의 표정을 통해 잘 전달될 수 있었다. 격정적인 마음을 표현할 땐 망토를 흩날리면서 휙 돌아서기도 했고, 성큼성큼 걸어가며 망토를 휘날리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의상, 조명, 고수의 연주까지 어긋남 없이 흐름을 타고 연결되면서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치 주술사가 전하는 신묘한 이야기에 영혼이 팔리고 빠져들듯, 숨죽인 객석은 온전히 소리에 집중했다.

 ‘심청 패러독스’는 노래이자 이야기이며 연극인 판소리의 정체성을 확고히 보여준 무대다. 판소리가 지루하다 말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단숨에 날려버릴 작품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세 명창들이 걸어놓은 주문에서 헤어나오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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