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동충하초, 세계시장에 우뚝 서길
K-동충하초, 세계시장에 우뚝 서길
  • 남성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 승인 2022.09.20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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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여기 지면에서 다 풀지 못한 동충하초 이야기를 더 해볼까 한다. 동충하초 역사가 오래된 중국에 비해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과 산업에 대한 체감온도는 같을까?

 중국과 한국에서 유통되는 동충하초 가격은 금과 쇳덩이에 비유할 만큼 큰 차이가 난다. 중국 동충하초는 불로초라고 하여 소비자들이 열광하는데, 한국에서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단순히 약용버섯의 하나로 아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며칠 전 언론에 세계 최대 동충하초 거래소 중국 칭하이성 성도인 시닝시 주잉충차오 시장이 소개됐다. 시닝공항 기념품 판매점에서 야생에서 채집된 동충하초 250g이 약 1천700만원에 거래된다는 소식에 이를 사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동충하초는 고원에서 캐는 노천 황금이라 불리며 금값과 맞먹는 값어치를 자랑한다. 효능 또한 산삼만큼 높이 쳐준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동충하초가 이렇게 고가로 거래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동충하초의 희소성 때문이다.

‘코디셉스시넨시스’ 라는 학명을 가진 중국의 동충하초는 해발 3천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 박쥐나방의 몸에 포자 형태로 침입하여 박쥐나방을 영양원으로 이용해 자라는 약용버섯이다. 박쥐나방을 인공적으로 대량사육할 수 없으니 가격은 1kg에 4천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할 정도다.

중국 채집전문가들은 동충하초 채집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며, 과도한 채집과 기후변화에 따른 자원의 감소가 그 이유라고 말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켈리 호핑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과학 저널을 통해 “남획과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생물 상품 중 하나인 중국 동충하초가 멸종할 수도 있다”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기생균의 3분의 1이 수십 년 안에 멸종할 것으로 우려되며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균류는 번성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영구 동토가 사라지면 균류는 더 추운 곳으로 서식지를 옮겨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해지려면 숙주인 곤충과 그 먹이인 식물도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채집에 의존하면 생산량 감소와 균류의 멸종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는 티베트와 같이 박쥐나방이 서식할 수 있는 고산지대가 없어 애초에 자연산 채취는 꿈도 꾸지 못했다 농촌진흥청은 동충하초를 어떻게 하면 많이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를연구했고, 그 결과 국내 환경에 적합한 누에생체를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누에의 몸에 동충하초 균을 증식시켜 동충하초 인공재배에 성공했으며, 세계 최초로 동충하초 대량생산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현재까지 무려 20여 년 동안 기술이 축적되었으니 동충하초 재배와 대량 생산체계는 우리나라가 선두가 아닐까 한다. 물론 최근에는 일본, 베트남, 중국 등도 인공재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효능은 어떨까? 중국에서 동충하초는 인삼, 녹용과 함께 3대 한방 약재로 진귀하게 여겨 불로장생의 상징이 되었으며, 비약과 황실요리의 주재료로 사용됐다. 또한 항암 항바이러스, 만성기관지염, 고혈압, 폐기종, 결핵, 불면증 치료에 이용되었으며, 강장, 활력 보강, 진정, 빈혈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에는 의학적으로 동충하초의 기능성 또는 효능을 입증할 만한 과학적 데이터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최근 중국 전문가들이 한국의 동충하초 산업화 사례를 보기 위해 기관을 방문한 적도 있다.

 한국의 동충하초 연구에 주목할 만한 점은 기능성 관련 연구 결과가 체계적으로 검증되었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과 서울대가 함께 연구한 결과를 보면 누에동충하초는 인체에 면역증강, 항피로, 항스트레스, 항암작용을 중심으로 한 약리효과가 있음이 검증됐으며 유효성도 입증됐다. 또한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만성 성인병이나 난치병의 예방과 치료제로 개발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가능성도 제시되었다.

그런데 한국의 동충하초가 중국보다 산업화가 늦은 것은 왜일까? 아쉽게도 한국 동충하초는 식품원료로 법적 인정은 받았으나 기능성 원료 또는 의약용으로 꾸준히 연구개발이 되지 않아 활용에 한계가 있고 이틈에 저가 해외기능성 제품들이 밀려 들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계는 천연물을 비롯해 자국 자생자원을 이용한 유용물질 개발에 많은 관심을 쏟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 결과 동식물과미생물에서 추출한 콜레스테롤 치료제 메바코, 팔각회향나무에서 추출한 독감예방약 타미플루, 버드나무 추출물 아스피린 등이 탄생한 것이다.

동충하초를 이루는 최소단위는 포자로 떼어내서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그 크기는 겨우 5마이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포자 한 개가 증식과 증식을 거듭해 버섯으로 자라고 이 버섯의 기능성 등 활성 물질을 추적해 유용성을 극대화한다면 자원으로써 신소재 창출과 새로운 의약품 개발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국내 동충하초 연구가 계속되어 세계시장에 우리 K-동충하초가 우뚝 서길 바라본다.

 남성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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