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한국 현대사 속에 숨어있던 부부의 인생 그린 ‘다시 쓴 엽서’, 잔잔한 드라마로 객석에 와 닿아
[2022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한국 현대사 속에 숨어있던 부부의 인생 그린 ‘다시 쓴 엽서’, 잔잔한 드라마로 객석에 와 닿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2.09.19 1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판소리 기반의 창작 초연작을 선보이는 프로그램 ‘소리프론티어 시즌2’로 선보여진 판소리 드라마 ‘다시 쓴 엽서(작창·연출 김봉영)’는 객석을 따스하게 감싸 안아 주는 공연이었다.

 지난 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 선 소리꾼 김봉영은 총 4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드라마를 이끌었다.

 공연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둔 봄날, 국민학교의 개학식 풍경으로 객석의 추억을 소환했다. 모두가 합주기가 되었던 그 시절, 홀로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한 혼혈아가 보인다. 그리고 장면이 전환되며 1986년 여름,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모습이 보여진다. 신문사로 들어가는 김 기자의 모습이다. 보도지침으로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한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김 기자의 모습은 절규에 가까웠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2009년 가을이 되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드라이브를 즐기려나 했더니 뒤에서 보채기 시작하는 세 쌍둥이. 그들은 누구일까 궁금하던 찰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노부부의 인터뷰로 퍼즐이 맞춰졌다. 교사와 기자였던 노부부는 그들의 딸이 어릴적부터 즐겨듣던 라디오 방송에다 부치지 못한 엽서가 있다는 사연을 털어놓았다.

 네 개의 에피소드,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쫓아갈 수 있도록 설정한 구조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한 부부의 인생으로 편집되어졌다. 그리고 한국 현대사 속에 숨어 있던 우리네 인생을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여기에는 소리꾼의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와 전달력, 소리꾼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연주단의 적절한 개입이 주효했다.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보니 소리꾼의 이야기를 따라 여러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그들의 이야기에 동화되어갈 수 있었다. 본디 판소리라는 장르가 누군가 더넣고 빼면서 자연스럽게 양식화 된 것이라고 보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소리꾼의 이야기와 그 변주에 보폭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무대였다. 네 개의 에피소드 별로 시간차를 두고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한 조명은 어느새 객석까지 따스한 온기로 물들였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