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를 담는 새로운 그릇 ‘업사이클링’
가치소비를 담는 새로운 그릇 ‘업사이클링’
  • 이현웅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 승인 2022.09.18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현웅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기업의 ‘사회적 가치’창출에 대한 담론과 ESG경영에 대한 화두가 전면에 나선 작금의 전환시대 중심에는‘가치소비’란 키워드가 관통된다. 가치소비란 통상 소비자가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 방식으로 정의된다.

명쾌한 사전적 의미에 부쳐 소비자는 기존의 질서와 의미, 유행을 쫓기 보다는 환경보호, 사회공헌, 상호공존, 다양성 확보, 나만의 개성 등 주관적 가치를 소비에 투영한다.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라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와 세련된 디자인을 입혀 생산하는‘업사이클링(Up-cycling)’이 시장을 이끄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업사이클링의 우리말 표현은 ‘새활용’이다. 생활 속에서 버려지거나 쓸모없어진 것을 수선해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의 상위 개념으로, 기존에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upgrade) 전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recycling)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재활용 의류 등을 이용해 새로운 옷이나 가방으로 만들거나, 버려진 현수막을 재활용하여 장바구니로 만들거나, 음식물쓰레기를 지렁이 먹이로 활용하여 얻은 지렁이 배설물 비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스위스의 잡화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의 성공에서 미뤄 볼 수 있 듯 ‘가치소비와 업사이클링’은 하나의 사례가 아닌 시대적 흐름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버려지는 트럭 방수포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들고, 이후 남은 패브릭을 재가공하여 지갑, 핸드폰 케이스, 파우치 등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버려지는 재화를 재사용한다’는‘환경적 가치’가 내재된다.

겉감인 타포린, 안감 에어백, 어깨끈 안전밸트 등 각 소재의 오염정도와 변색, 마모 정도가 모두 달라서 같은 모델이라도 완전히 똑같은 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는 점에서 소유의‘희소가치’가 제품에 수렴된다.

프라이탁의 특별함은 이 지점에 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각각의 가방은 각각의 개성과 히스토리를 지닌다. 100% 수작업 제작공정과 재료의 희소성 때문에 연간 생산량은 대략 30만 개 수준이다. 폭발적인 수요에 공급이 충족하지 못한다.

한편, 전 세계 310개(한국은 7개) 매장에서 연매출 1,000억원에 육박하는 프라이탁은 매출이 늘어도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았고 초기 경영철학을 지키고 있다. 특히 인건비가 싼 공장을 찾는 대신 재생 콘크리트와 폐컨테이너로 친환경 건물을 지어 본사로 쓰며 빗물을 모아 이 물로 방수천을 세탁하고, 가방을 제작하며 버려지는 천 조각도 재활용업체에 다시 한 번 유료로 재활용을 맡긴다.

사람들이 오뉴월 땡볕에 줄을 서가며 프라이탁에 열광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한마디가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값진 쓰레기’

버려지는 트럭 덮개를 재활용해 가방과 소품으로 재탄생시킨 프라이탁은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 오프라인 매장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전략으로 폐품을 명품으로 만든‘업사이클링’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환경적인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키워드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과거보다 더욱 중요한 숙제로 떠오르고 있고 도덕적인 차원의 실천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전략, 인류 생존 문제와 직결된 이슈라는 시선도 커지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르는 소비패턴 변화는 사회적으로 이미 오랜 화두다. ‘친환경’이라는 단어부터가 마케팅 측면에서는 구식으로 느껴질 정도다. 제품의 환경 영향을 생각하는 이른바 친환경 소비가 과거에는 선택의 문제였으나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생존 문제로 바뀌었다는 의미이며 소비자는 시류의 변화 안에서 ‘지속가능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음’을 강력한 시그널로써 알리고 있다.
 

 이현웅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