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설립, 함께 성공하는 길
공공의대 설립, 함께 성공하는 길
  • 조봉업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 승인 2022.09.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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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업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조봉업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3월 초, 경기도 광주에서 출발한 헬기가 남원의료원 앞에 도착했다. 헬기에서 내린 사람은 코로나에 감염된 30대 산모였다. 수도권의 음압 분만실 포화로 출산이 어려워지자 여유 병상이 있던 남원으로 이송된 것이었다. 2시간 후, 산모는 무사히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우리나라 전체 병상 중 공공병상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10%의 공공병상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견뎌냈다. 급증한 확진자의 대다수를 공공의료 시스템이 감당해낸 것이다.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경험한 우리 국민의 약 70%가 의료서비스를 공적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요한 공공의료의 근간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공공의료의 근간은 과연 무엇일까? 공공병원? 최신 설비? 아니다. 의료시스템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는 바로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력이다. 그런데 이 인력이 너무도 부족한 게 작금의 현실이다.

특히 지방의 의료인력 부족은 매우 심각하다. 응급, 심뇌혈관질환, 고위험 분만 등 국민의 생명에 직결되는 필수 의료 부문의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도내 의대에서 이른바 비인기 전공의 응시가 시들어진 지는 오래다. 지역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 전공의 응시율은 0.3에 불과했다. 이 중 산부인과는 3년간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민간에 견줘 대우가 뒤처지는 공공의료분야의 인력 부족은 더 심각하다. 장수군 의료원에서 의사 채용을 위해 3번이나 모집에 나섰지만, 아직도 지원자를 찾지 못했다. 정부가 지방의료원 근무 시에 국립대병원 교수 직함을 주는 ‘임상교수제’를 도입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남원과 군산, 진안의료원에서 임상교수 19명을 요청했지만 겨우 3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의료인력양성을 시장수요에만 의존해서는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게 현실이다. 그러나 감염병 증가와 고령화로 공공의료인력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공공의료인력 육성과 배치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이는 하루빨리 남원공공보건의료대학원이 설립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의료대학원의 설립 목표는 분명하다. 응급, 외상, 감염, 분만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분야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것도 공공의 영역에서, 또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방에서 활동하는 의료진을 키우는 게 주목적이다. 정원 역시 폐교된 서남대 의대를 활용한다. 의대 정원을 확대하지 않으면서 질 좋은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공감 가능한 최적의 방안이다. 당정 역시 이에 동의해 협의까지 도출했다. 그렇지만 일각의 억측과 오해로 추진이 멈춰 아쉬움이 매우 컸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역 여야 정치권이 합심해 올해 안에 관련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여야 구분없이 협치하는 상생의 정치를 전북에서부터 시도한 것 같아 기대가 크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 도민들까지 힘을 보탠다면 이번에는 설립이 확정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생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통과를 위해 힘을 모으고 의지를 응축해야 한다. 공공의료의 미래를 전북에서부터 시작해보자. 함께 혁신하고 함께 성공하는 새로운 전북의 미래를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에서 찾을 수 있게 되길 소망해 본다.

조봉업<전라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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