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잘 사는 사회, 함께 행복한 세상
함께 잘 사는 사회, 함께 행복한 세상
  •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 승인 2022.09.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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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9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정부가 정한 ‘양성평등주간’이다. 18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女權通文)’이 발표된 9월 1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2019)해서 양성평등주간을 종전 7월에서 9월로 변경했다.

19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생긴 이래 여성가족부로 변화해 오면서 여성들의 권익과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었다. 당시 여성을 앞에 내세운 부처는 일반적으로 낯설었지만 여성들에게는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었던 사회의 차별과 불이익에 대해 소리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이었다. 그러나 20여 년의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가벼워져야 할 짐은 여전히 무겁고 가야 할 길도 아직 멀리 남아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1년 성격차지수에서 한국은 146개국 중 99위를 차지했다. 세계 10위권인 경제수준을 고려하면 부끄러운 수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진출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한 20세기 후반에 비해 여성에 대한 사회적 요청은 훨씬 더 절박하고 긴요해졌다. 이미 2005년 OECD는 “한국이 여성인력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현재 출생률이 전세계 최하위인 0.81 수준임을 감안하면 OECD의 경고는 지금 더 적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은 젠더갈등의 경연장이었다. 이대남·이대녀의 대립구도를 만들어 대선의 중심 아젠다로 부각시킨 선거 전략은 충분히 시대착오적이었다. 성차별은 없다거나 여성에 대한 우대나 할당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인식이 대세를 이루었고 결국 승전고를 울렸다.

게다가 전라북도는 국내 타 자치단체들에 비해서도 훨씬 열악한 상황이다.

한때 전라북도의 여성운동은 전국을 선도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각종 여성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제도와 법을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군산 대명동·개복동 성매매 집창촌의 화재 사건은 전라북도 여성운동에도 큰불을 지폈다. 물론 시대적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지만 그때의 역동성과 리더십을 지금은 찾기 어렵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전라북도의 성평등 순위는 17개 시·도 중 16위로 기록됐다. 성평등한 사회참여, 여성의 인권·복지 분야는 물론 성평등 의식·문화에 있어서는 거의 최하위 수준을 나타냈다. 성평등지수에 있어서 특히 경제활동 분야, 의사결정 분야, 문화·정보 분야에서 타지역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그룹에서 여성이 비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등한 사회는 여성만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결국 남녀 모두에게 유익을 주는 일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양성평등의 촉진, 모성의 보호, 성차별적 의식의 해소 및 능력개발은 여성이 사회발전의 핵심인력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편이다.

딸들은 이제 부모 세대의 차별적 대우를 과감하게 거부한다. 그러나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문화의 잔재가 우리 사회 곳곳에 온존해 있다. 속도는 느리더라도 가야 할 방향을 향해서 한 걸음을 내딛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의식과 문화를 견인해내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양성평등주간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정된 것이다. 여성의 목소리가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와 관심이 절실하다.

함께 잘 사는 사회, 함께 행복한 세상을 이루기 위한 꿈, 그 꿈은 아직 빛이 바래지 않았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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