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스트레스 공동주택 ‘층간소음’
국민적 스트레스 공동주택 ‘층간소음’
  • 김천환 전북개발공사 사장
  • 승인 2022.09.04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천환 전북개발공사 사장
김천환 전북개발공사 사장

“아파트는 대한민국 최고의 히트상품이라 해도 무방하다. 국민적 재테크 상품이 되어서만은 아니다. 그 어느 것도 아파트만큼 우리들의 삶을 바꾸지는 못했다.” 2019년에 출간한 도시건축가 김진애 박사 ‘김진애의 도시이야기’의 한 구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80% 가까이 아파트와 연립주택을 포함한 공동주택에서 산다.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총 주택수 1,881만호 중 아파트가 1,195만호로 63.5%를 차지한다. OECD국가 중 1위이다. 여기에 연립주택까지 포함하면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78.3%에 이른다.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영끌족’이라는 신조어가 말해 주듯이 젊은이들까지도 영혼을 끌어서라도 아직도 아파트를 사고 싶은 욕망이 강한 절대수요와 공급자 입장에서도 대량공급에 따른 공사비 절감 등 사업성이 높아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안정적 재산증식이라는 투기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 되어 왔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저서에서 “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권위주의 산업화의 구조와 특성, 여기서 비롯된 계층적 차별구조와 획일화된 문화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자 그 산물”로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잘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동주택 물량증가와 함께 찾아온 어두운 그림자도 많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층간소음” 문제라고 본다. 외벽과 바닥을 공유하는 공동주택의 구조적 특성상 필연적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체감은 다르겠지만 위치나 층수, 평형에 관계없이 어느 세대나 발생할 수 있고, 거주기간 동안 계속해서 반복되는 지속성이 층간소음의 특징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환경관리공단 층간소음아웃사이더센터 접수 민원은 46,595건으로 지난 2017년 22,849건에 비해 2배이상 증가하고 있다.

단순하게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생활하는 빈도가 높아진 원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삶의 질에 대한 높아진 국민 개개인의 욕구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층간소음의 유형으로 67.7%가 뛰거나 걷는 소리다. 즉 어른들보다는 성장기의 아이들이 소음 유발 개연성이 높다.

예전 같으면 이웃 간에 서로 아이를 키우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고, 아이들이 심하지 않도록 조심시키는 묵시적 배려가 있었다면 요즘은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 분쟁이 잦아지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살인사건까지 종종 보도되는 국민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렇다고 소음이 전혀 없는 아파트 건립은 건설원가 등을 감안시 사실상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소음으로 인한 성가심 비율을 10% 이내로 관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고,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대개 성가심 비율을 10~20% 범위에서 소음기준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환경공단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국민 100명을 대상으로 ‘실생활 층간소음 노출 성가심 반응 연구’를 실시한 결과 현재 낮 동안 층간소음 기준인 43dB에서 30%가 ‘매우 성가심’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적 권장기준보다 2배이상 높다.

이런 연구를 토대로 정부에서는 소음기준을 주간 43dB, 야간 38dB에서 주간 39dB, 야간 34dB로 각각 4dB씩 강화한다고 한다.

이 경우 성가심 비율이 13%로 실제 느끼는 성가심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관련 기준 개정 등을 통해 신축 아파트는 물론 기존 구축아파트까지 물리적이고 강제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이들이 심하게 뛰거나 의자를 반복적으로 강하게 끄는 등의 단발적 소음 유발 행위는 기준을 초과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는 신축시부터 합리적인 설계기준 및 철저한 품질관리 등을 통한 근원적으로 소음 전달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어느 정도의 소음은 이웃의 입장을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아파트 공동체문화 형성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천환<전북개발공사 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