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아재개그
의학 아재개그
  • 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과장
  • 승인 2022.08.24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한 배우가 법률 아재개그를 하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나도 나름 병원에서 의학 아재개그를 많이 편인데, 그 배우를 보면서 공감도 되고 은근 반가웠다. 나는 회의나 강의를 시작할 때나, 병원에 실습 나온 학생들을 교육할 때에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의학 아재개그를 종종 한다.

실습나온 학생들이나 새로 들어온 의료인을 보면,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도 있지만, 또한 새로운 환경에 긴장해서 어찌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가끔 이들에게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의학 아재개그를 한다.

“학생, 탈장이 영어로 뭐라하지?” “네, 허니아(Hernia)입니다.” “그렇지, 그래서 탈장수술을 하고 있으면 ‘야, 너 뭐 허니야?’라고 하지”. 그러면 긴장했던 학생이나 인턴 선생님들이 ‘아, 뭐야?,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으며 긴장을 푸는 모습을 자주 본다. 반응이 좋으면 몇가지 의학 아재개그를 더한다. 예를 들면 “근육(musle)을 봉합하고 있으면, ‘지금 머슬(musle) 꼬매지?’”라고 한다던지, “아내가 방에서 만들어 주는 (맛있는) 전은? -처방전이요”, “네 마리의 날아다니는 돼지는? 포비돈(소독약의 일종)이요”, “소와 개와 쥐가 있으면 소견서요”, “간호사를 영어로 너스(Nurse)라고 하는데 수술실 B-room에 있는 간호사는?-비너스, 나의 간호사는?-마이너스, 환자에게 기쁨을 주는 간호사는?-조이너스, 내가 좋아하는 성이 보씨인 간호사는?-보너스”.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대화도 자연스러워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외래에서도 환자들에게 이름과 사는 곳에 따라 나름 아재개그를 한다. “어디 사세요?”하고 물어봐서 평화동에서 오셨으면 “와, 평화로운 곳에서 오셔서 평화롭게 보이네요” 효자동에서 오셨으면 “와, 효자들이 많은 곳에서 오셔서 그런지 효자시네요,” 서신동이면 “신동이 많은 곳에서 오셨네요” 라고 인사를 한다. 또한 이름을 가지고 아재개그를 한다. 귀남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에게 “귀한 분이 오셨네요,” 영숙이라는 이름은 “영~~쑥스럽네요,” 복례라는 이름은 “큰 복이 오셨네요”, 순예라는 이름 뒤에 ‘보’라는 단어를 붙여 “순애보님이 오셨네요”, 숙자라는 이름은 “쑥쑥 자라는 분 오셨네요,” 은희라는 이름은 “은혜롭고 기쁨이 넘치는 분 오셨네요”, 영일이라는 이름은 “큰형님은 영일이고, 누나가 영이고, 제가 영삼이네요” 등등의 이름을 가지고 진료 시작할 때 이야기하면, 대부분 환자들의 반응이 좋다.

어떤 환자는 자기 이름이 조금 싫었는데, 과장님이 내 이름을 이렇게 이야기하니 내 이름이 좋아졌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렇게 소개한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 조금 유치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아재개그도 나름 나에게는 환자와 소통을 잘하게 하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어릴 때 두 분의 선생님이 아재 개그를 가끔 하셨다. 국민학교 6학년 때 선생님은 이름 아재개그를 자주 하셨는데 상철이한테는 “동생 중철이, 하철이는 잘있냐?(상중하)” 은희에게는 “언니 금희, 동생 동희는 잘있냐?(금은동)”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중학교 2학년 때 영어선생님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영어선생님이셨지만 가끔 한문아재개그를 하셨다. 가을에 물고기가 물속에서 “추어 추어(秋魚 秋魚)”하고, 다섯 마리의 송아지가 풀밭에서 풀을 “오독 오독(五犢 五犢) 씹고 있다.(그때, 송아지 독(犢)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라고 말씀하시면 “와! 재미있고 진짜 신기하다” 라고 생각했다. 이런 두 분 선생님이 하신 아재개그에 대한 좋은 기억이 지금 내가 아재개그를 부담없이 하도록 하는 것 같다.

요즘 외래 환자가 많아지면서 보통 30분에서 심지어 1시간 정도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환자는 기다림에 지치고 힘들겠고, 나도 미안한 맘이 많이 든다. 이럴 때 아재개그가 진료실 분위기를 조금 편안하고 부드럽게 바꾸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