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사망한 대형병원 간호사… 필수 의료의 위기
뇌출혈로 사망한 대형병원 간호사… 필수 의료의 위기
  •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22.08.23 18: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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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얼마 전 서울아산병원 현직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지주막하출혈)로 쓰러졌는데도 같은 병원 안에 수술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 병원으로 옮겼으나 너무 늦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새벽 2시에 발생한 일이다.

진단 결과 이 간호사는 개두술(두개골을 열어 출혈 부위 혈관을 동여매는 수술)이 필요했다고 한다. 서울아산병원에는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뇌혈관 교수가 2명 있는데도 1명은 해외학회에, 다른 1명은 지방 출장 중이어서 손을 쓰지 못하고 서울대 병원으로 옮겼으나 수술 골든타임을 놓쳐 간호사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국내 최대 대형병원에 근무 중인 현직 간호사의 실정이 이 정도일진대 만약 일반인일 경우 말한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의사가 없어 목숨을 잃어버리는 상황에 대해 자신의 직원마저도 구하지 못한 해당 병원과 의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부족한 의사를 확충하지 않는지?’, 또 ‘의대의 신설을 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필수적인 전공과목에 고도로 숙련된 의사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고의 규모와 기술력, 자본력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에서조차 뇌혈관 수술 전문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단순히 절대적인 의사수가 부족해서일까?

지방의 대부분 대학병원에서도 해당 뇌혈관 수술이 가능한 뇌혈관 수술 전문의는 거의 한 명을 확보할까, 말까 한 정도이다. 그래서 365일 24시간 대기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번처럼 사망한 간호사의 문제가 비단 아산병원이나 뇌혈관 외과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이른바 내·외·산·소등 소위 메이저 4개 과로 불리는 필수 진료과목이 전공의들이 지망을 꺼리는 기피 분야로 정착된 지 오래다.

이런 4대 메이저 전문과목에서 뇌혈관 외과, 소아외과, 감염내과 등 세부 전공으로 들어가면 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공부와 수련받기도 어렵고, 일하기 고되며 자칫 의료사고의 위험성도 높아 소송당할 위험이 큰데다 결정적으로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이들 4개 기피 과를 의사들의 3D 업종이라고 한다.

특히 저출산과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올해 전공의 확보율이 각각 61%, 27.5%에 그칠 만큼 인기가 없다. 산부인과 분만 병원 수도 2007년 1,027곳에서 지난해 6월엔 474곳으로 줄었다. 신경외과는 지망하는 전공의가 전국 정원을 넘어서고 있으나 뇌혈관이나 뇌수술 분야는 기피하고 거의 척추 분야로 몰린다고 한다. 척추 진료의 건강보험 의료수가와 수입이 비교적 뇌수술보다 괜찮고 24시간 대기라는 응급수술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뇌출혈 등 중환자 혹은 필수 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가 원가에 턱없이 부족하게 책정되어 있어 환자를 볼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증 외상분야의 ‘국보급 외과의’로 유명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조차도 환자를 볼수록 병원에 적자만 안기는 실정으로 병원 경영진 눈치를 보아야 하는 처지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할 정도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2.4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크게 못 미친다. 또한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1명인데 반해 경북은 1.4명, 충남은 1.5명에 불과하는 등 지역의 의사 수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며, 또한 코로나 유행에서 대활약한 필수 진료과목인 감염내과전문의는 전국에 고작 277명인 실정처럼 필수 의료의 세부 전문분야 의사는 더욱 부족하다. 한편 의사의 절대 수 부족에 대해 의사협회의 주장을 보면 우선 우리나라 OECD 평균인 인구 1천명 의사수가 2.4명으로 OECD 평균에 못 치는 것은 사실이나 2009년 인구 천 명당 1.7명이었던 것에 비하여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의사 수가 증가하고 있고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한국의 실정을 반영하면 10년 뒤에는 오히려 OECD 평균을 웃돌 것이며, 15~20년 후에는 OECD 최고 수준의 의사 수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의사의 절대적 숫자보다 지역 간, 전공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심각한 문제는 의사의 숫자가 아니라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GDP 대비 의료비로 한국(8.1%)의 비율은 OECD평균(8.8%)에 비해 아직도 저조한 수치이며, 미국(16.8%), 스위스(12.2%), 독일(11.2%), 프랑스 (11.22%), 일본(10.9%), 영국(9.8%) 등 의료수준이 비슷한 주요 국가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뇌출혈로 제때 수술은 못 받고 사망한 간호사 예처럼 이러한 부족한 건강보험 수가의 문제가 환자를 진료할수록 손해가 나는 필요 의료에 대한 위기를 불러왔고 전공의들의 전공과 기피 현상을 부추겨 왜곡된 문제를 양산해 온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사건의 원인은 사실 의사수의 절대 치의 부족보다는 건강보험수가나 정부의 의료자원 분배정책의 실패에 따른 결과라 생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필수 의료분야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우수한 인력들이 마음 편하게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개편이 필요할 것이다.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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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05-25 21:07:32
의사 협회의 사람들은 한국 국민이 아닌가?
우리나라는 병실 즉 병원은 있는데 의사가 없어 병원 운영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희망을 물으면 공부 잘하는 학생의 대다수는 의사를 희망하고 있는데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것이다.
의사 협회에서 의사 수 늘리는 것을 반대하여 의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말이 되는 이야기냐는 것이다.
지방 국립대에 공공의과 대학을 신설해 졸업 후 일정 기간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의사면허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의사 인력 확충은 국민의 건강과 의료 수요를 감안해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주먹구구식으로 흥정하듯 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별 과목별 의사 수 현황을 조속히 파악하여 부족한 의사 수를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하여 주기를 윤석열 정권에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