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울한 쌀의 날’… 쌀소비 촉진만으로 한계
[기획] ‘우울한 쌀의 날’… 쌀소비 촉진만으로 한계
  • 정재근 기자
  • 승인 2022.08.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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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의장 이대성)은 전북도청 앞에서 쌀값폭락 대책 촉구 및 윤석열 정부 농정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18일은 정부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쌀 소비를 촉진하고 쌀의 가치를 국민들게 알리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인 ‘쌀의 날’이다. 한자인 쌀 미(米) 자를 한자 여덟 팔(八)자와 열십(十)자로 풀어내어 8월 18일로 정했지만,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농부의 손길 818번이 필요하다는 뜻도 담겼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오늘 2022년 쌀의 날을 맞아 쌀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국민 쌀 소비 촉진 행사 및 이벤트를 진행한다. 전북농협은 전주 풍남문 인근에서 쌀 전시·홍보 및 쌀 나눔 행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심(農心)은 ‘우울한 쌀의 날’을 맞고 있다. 2021년산 쌀 수십만 톤이 재고로 남아 있는데다 2022년산 신곡 수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올해 풍년농사로 내년에는 엄청난 수량의 쌀이 남아돌 전망이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쌀 소비 촉진 및 활성화 캠페인만 벌이면 쌀 재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농민단체는 2021년산 구곡을 시장격리하고 2022년산 신곡을 양곡관리법에 따라 전량 매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 회관 대회의실에서 쌀 생산자협회를 비롯해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의장 이대성) 등 전국농민회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쌀값폭락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오는 29일에는 2021년산 나락 시장격리 요구를 위한 전국적인 대규모 상경투쟁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농정여건 및 사회분위기상 매년 전국의 쌀 생산량과 쌀 소비량은 엇비슷하게라도 절대로 균형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같은 국내 여건이라면 해마다 쌀재고 물량은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먼저 정부의 쌀 생산량 감축을 위한 논타작목 재배 전환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다품종·고품질의 쌀 생산량은 증가해 쌀 재고량 증가 및 쌀값 하락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가 논타작목 재배 활성화를 위해선 형식적이 아닌 품종 다변화 등 획기적인 지원대책을 펼쳐 쌀재배면적 감축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해마다 WTO 체제에서 약속한 40만 8천여 톤을 수입해서 벌어지는 착시다. 1994년 UR(우루과이 라운드) 협정 시 한국은 농업분야 개발도상국 지위로 쌀 관세화 유예를 10년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의무적으로 쌀을 수입한다는 협상을 맺었다. 2차로 2004년 재협상 당시 다시 10년 후 개방한다는 유예 조건을 만드는 대신 쌀 소비량의 8%까지 수입량을 늘린다는 협상을 벌였다. 2014년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되고 의무물량인 40만 8,700톤이 5% 저율 관세할당물량(TRQ)으로 지정되었다. 2021년 우리나라 쌀 생산량 대비 11.3% 정도 되는 엄청난 양이다. 이제 의무수입물량이 아니라 관세를 통한 수입물량이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수입량의 재협상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쌀 소비량 감소는 코로나19 영향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거리두기 등으로 음식점 등 집단 쌀 소비처가 늘어나 쌀소비에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간 주범은 우리나라 농민들 때문이 아니다. 다국적 유통회사의 이익과 원유가 상승에 의한 유통비용의 증가 그리고 밀과 팜유를 비롯한 수입 원재료가격 상승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도 정부와 전라북도는 뒷짐만 지고 있다. 작년부터 급격하게 오른 농자재값, 면세유, 인건비 등 농민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적, 예산 지원을 하루라도 빨리 시행해야 한다.

 농민회 전북도연맹 관계자는 “쌀 소비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자동시장격리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 ▲2021년 쌀 시장격리 ▲저율 할당관세(TRQ) 물량 폐기를 위한 재협상 ▲정부와 전라북도는 농자재값 폭등에 따른 농민생존권 대책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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