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곡은 알아도, 가사문학은 모르는 아이에게
상춘곡은 알아도, 가사문학은 모르는 아이에게
  • 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 승인 2022.08.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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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시조>와 함께 우리 고유의 문학 양식인 <가사문학>의 출발점이라 여겨지는 「상춘곡」의 첫 시작은 이렇다. ‘紅塵(홍진)에/뭇친 분네/이내 生涯(생애) /엇더?고//ㄴㅖㅅ 사?/ 風流(풍류)? / 미?가/? 미?가’

일반적으로 문학의 기본적 형식은 크게 언어의 배열에 일정한 규율 또는 운율이 있는 율문(律文)과 산문으로 나뉜다고 한다. 율문을 대표하는 문학의 한 갈래가 시가(詩歌)인데 우리의 시가는 시간에 따라 고대가요, 향가, 고려가요와 경기체가, 시조와 가사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먼저 고대가요는 흔히 삼국시대 초기부터 향가 성립 이전에 불린 노래를 통칭하는데, 「공무도하가」나「황조가」같이 대부분 한자로 번역되어 전해지지만 ‘한글’로 가사가 전해지는 유일한 백제 가요인「정읍사」도 있다.

신라 후반에 가면 한자의 음(音)과 훈(訓, 뜻)을 빌려서 우리 말 어순으로 문장을 적는 향찰로 표기된 <향가(鄕歌)>가 널리 퍼지게 됩니다. 삼국유사에 실린「서동요」, 「모죽지랑가」, 「제망매가」 등이 대표적 향가이다.

고려시대를 지나면서 「가시리」, 「청산별곡」등의 <고려가요(高麗歌謠)>나 「한림별곡」,「관동별곡」등 <경기체가(景幾體歌)>와 같은 시가가 나타난다.

이 둘은 글자수에 일정한 운율감이 있고, ‘얄리얄리 얄랑성 얄라리 얄라’, ‘그 어떠 하니잇고’와 같은 후렴구가 계속 반복되는 특징을 가질 뿐 아니라, 내용도 예전 <고대가요>나 <향가>에 비해 길어졌다. 참고로 <경기체가>라는 명칭은 글 중에 그 광경(경치 景)이 어떠한가(어찌 幾)라는 후렴이 붙는 까닭에 경기체가라 부른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고려 말부터 우리말로 된 우리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時調)>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는데, 시조는 중국 등 한자 문화권에서 쓰는 <한시(漢詩)>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한편「상춘곡」으로 대변되는 <가사(歌辭: 노래 歌, 말씀 辭) 문학>은 <시조>와 글의 운율이 거의 비슷하지만, 상당히 긴 내용을 갖고 있다. 또한 앞선 시기의 <고려가요>와 <경기체가>와 달리, 글을 구성하는 각 문단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상춘곡」은 참 정갈하고 담백한 맛이 나며, 읽으면 읽을수록 정감의 농도가 짙어 감을 느끼게 된다.

무성서원이 있는 정읍시 칠보면 원촌마을에 있는 불우헌 정극인선생 공원을 둘러보고, 바로 뒤편 야트막한 성황산에 만들어진 ‘상춘곡 둘레길’을 여유롭게 거닐며 나지막이「상춘곡」을 읊조려보면, 책상에 앉아 눈으로만 읽는 「상춘곡」과 달리 깊은 감흥과 교감의 느낌을 경험해 볼 수 있겠다.

불우헌 정극인선생 공원 뒤편에는 한정, 호호정, 송정, 후송정 등 옛 선비들이 글을 읽고 배우던 정자가 있다. 또한 필양사, 영모당, 송산사, 시산사 등 옛 선비를 모시는 사우도 함께 보면서 여기에 깃들어 있는 시대상황과 역사를 공부할 수도 있다.

최근에 문화재 해설 안내판이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새롭게 정비되어 통상 알 수 없는 문화재 해설에 재미없어 시큰둥하던 어린 학생들도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번 가을, 꼭 한번 거닐어보시면 좋겠다!

최재용<정읍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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