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전 사회’에서 ‘인문학’의 중요성
‘초역전 사회’에서 ‘인문학’의 중요성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8.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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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재 우리가 살고 사회는 예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 사회변동의 특징은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로 함축해서 표현되지만, ‘초역전’을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분석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협업진흥협회 윤은기 회장은 “현대 사회는 신문명주기가 단축되는 반면에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면서 초역전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한다. 윤회장은 “농경사회나 1-2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비슷한 환경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번 배우고, 경험한 것만 가지고도 평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 이 시대에는 경험과 나이가 많을수록 지혜로운 사람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시대부터는 이것이 불가능해졌다. 문명의 주기가 인간 수명보다 짧아져 한번 배운 지식이나 경험만으로는 새로운 문명시대를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 수명이 100년 정도라면 평생 2-3차례 이상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렵시대에서 정착시대로 이어진 농경사회는 산업혁명 이전까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왔다. 농경사회를 대체한 산업혁명은 현재까지 4차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은 1784년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시작되었고, 생산방식은 인간과 가축의 힘에서 기계의 힘으로 넘어갔다. 2차 산업혁명은 1870년 경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기간 동안 철도건설과 대규모 철강생산이 이루어졌고 통신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3차 산업혁명은 1969년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화,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정보통신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3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었다. 이 시대에는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에서 사회적 네트워크와 협업에 의한 지식 정보화 사회로 중심추가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4차 산업혁명은 AI 등 최첨단 기술의 융합을 말하며, 2010년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이 시대는 개별적으로 발달한 각종 기술의 ‘융합’과 ‘속도’가 특징이다. 실제 세상과 가상 세상의 통합으로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품, 설비, 인간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 :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가 우리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1차 산업혁명까지는 수천 년이 걸렸지만, 1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까지는 약 300년이, 3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까지는 50년이 걸렸다. 4차 산업혁명에서 5차 산업혁명까지는 이보다 더 짧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문명이 생겨나면 그것에 맞춰 변신을 해야 한다. 새로운 문명이 생겨난 이후에 태어난 세대의 경우 그것에 적응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자신이 살아온 생활습관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필수품은 컴퓨터다. 컴퓨터의 경우 기성세대에게는 업무용이지만, MZ세대(1981-2010년생)에게는 생활필수품이다. 기성세대는 업무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컴퓨터를 배우지만, MZ세대는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에 말을 배우는 것처럼 컴퓨터를 배우고 그것을 가지고 소통하고 일하며 논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알파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이후에 태어난 세대로 어려서부터 메타버스로 공부하고 소통하며 놀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와 MZ세대에게는 메타버스가 생소하다. 메타버스가 주류가 되는 세상에서 이들은 업무를 위해 메타버스에 관한 지식을 배워야만 한다.

이에 대해 윤은기 회장은 “부모보다는 자식이, 선생보다는 학생이, 선배보다는 후배가, 임원보다는 사원이, 기성세대보다는 MZ세대가, MZ세대보다는 알파세대가 새로운 문명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 후세대일수록 일하는 방식과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이 이전 세대보다 강력하다. 후세대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들의 문화를 접목한 조직은 발전했지만 이전 세대의 주장대로 움직인 조직은 쇠퇴했다. 현대 사회는 ‘지식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이러한 사회는 ‘초역전 사회’이다”라고 갈파하였다.

인간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새로운 문명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새로운 문명이 나타날 때마다 인간은 자연의 공포와 빈곤으로부터 점차 해당되었고, 인간수명도 크게 연장되었다. 반면에 환경오염에 의한 기후변화, 빈부격차에 의한 사회적 불평등, 핵과 세균폭탄 등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것은 실존하는 위협이고 이로 인해 문명이 종말 되거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태계가 멸종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 인류에게 인간적인 속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것을 복원할 수 있는 것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문명이나 산업혁명은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인문학은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유하면서 우리가 가야 할 좋은 길을 탐색하게 한다. 인문학은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만 배워야 할 학문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배워야할 기본적인 학문이다. 그런데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토론 없이 과학기술만 발전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인간다운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없다. 국가는 ‘초역전’ 시대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문학에 대해 장기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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