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국민의 요구인 간호법 제정
시대와 국민의 요구인 간호법 제정
  • 나인권 전라북도의회 의원·농산업경제위원장
  • 승인 2022.08.08 16: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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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권 전라북도의회 의원·농산업경제위원장

 우리 집에는 간호사가 두 명 있다. 아내는 일차보건의료 현장인 보건진료소에서 37년간 일하고 지난해 퇴직했다, ‘그동안 애썼으니 이제 그만 쉬는 게 어때’ 해도 여전히 노인복지센터 운영위원으로, 또 가까운 요양 시설 현장에서 일한다. 어르신들을 편안하게 보살펴드리고 싶다는데 이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보건진료소 사택에서 함께 지내며 밤낮없이 일하는 아내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지역주민의 건강관리를 책임지고 있으니 서류 정리는 업무 시간이 지나고 밤늦게 처리할 때가 많았다. 휴일이나 아침 일찍 에도 전화벨이 울린다. 거기다 코로나19 감염병 재난 사태로 선별진료소 근무가 우선시 되니, 혹여나 주민의 건강관리가 소홀해질까, 본연 업무를 늘 걱정한다. 한 예로 치매나 정신질환 환자의 경우 날마다 약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므로 약을 먹지 않았다는 것이 체크 되면 보건진료소로 오게 해서 약을 먹게 하였다. 요즘은 지역주민 수는 줄었지만, 독거노인이 대부분이니 연계 사업도 갈수록 늘어만 갔다. 거동이 불편하여 방문이 필요한 경우,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 등 어르신의 건강관리 양상이 매우 다양해졌다. 초고령화 시대, 복합만성질환 시대, 건강수명이 중요한 시대에 지역사회에서의 간호 돌봄은 이렇듯 절실하다.  

  큰 아들은 수도권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뛰어다니며 2년간 일하더니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두 손 들었다. 함께 취업한 11명의 동기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그만두었다고 한다. 아들에게 큰 병원이니 간호사가 많지 않냐? 좋은 여자 친구를 반드시 사귀라고 당부했는데, 그 녀석 대답이 가관이었다. 근무가 없는 날에도 병원 업무를 따라가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다른 사람을 쳐다볼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 그토록 원하던 취업이었지만 종종걸음으로 식사도 거르고 열심히 일하더니, 지금은 내려와서 요양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일단 뛰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하지만 야간 근무가 많아 생체 리듬이 깨지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아토피로 피부가 좋지 않은데 생활도, 숙식도 불규칙하니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몇 달 전에는 입원환자에게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온 가족이 확진되는 일도 벌어졌다. 병원의 환자 케어가 우선인 간호사들은 가족 케어는 언제나 뒷전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 3년차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며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간호사의 존재는 시대적 가치가 됐을 정도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간호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가 간호인력을 양성하고 제대로 배치하는 데에 미진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현실은 더욱 세밀해지고 근접성이 중요해지는 데에 반해, 현재 의료기관의 간호인력으로는 이를 감당해내기에 역부족이다. 

  또한 간호는 인간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삶의 전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영역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 만성질환자 증가, 신종감염병 발생, 환자 안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신규간호사 이직률은 50%에 육박하고 활동 간호사 비율도 낮아 숙련된 간호사 육성이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있어야 한다. 간호법은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하고 간호인력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법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간호법이 필요하다. 간호법 제정의 취지는 고령화와 질병 구조 변화에 따른 간호 돌봄체계를 확립하고, 숙련된 간호인력을 확보해 국민건강을 증진하는 것 아니겠는가? 

  ‘간호법’은 간호사 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의 어르신들이, 더 나아가 국민 전체가 더 질 좋은 간호서비스를 제공받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법이기 더욱 그렇다. 의료의 지역불균등은 여전하고 개선의 여지도 요원하다. 소멸 위기에 처한 농어촌이나 중소병원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엄중한 현실을 외면하고 현재의 의료법 체계를 고집하며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간호법 제정으로 국민건강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며, 국민의 요구라고 생각한다. 간호사가 두 명 있는 우리 가족이 난 참 좋다. 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족들이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간호법이 하루빨리 제정돼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됐으면 한다. 간호사가 행복해야 우리 집도 행복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나인권 <전라북도의회 의원·농산업경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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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자 2022-08-09 10:48:42
간호법 제정 의대증설 의사업무 간호사에게 증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