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미래 밝힐 바이오소재 ‘동충하초’
농업 미래 밝힐 바이오소재 ‘동충하초’
  • 남성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 승인 2022.08.0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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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남성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장마도 끝나고 불볕더위만 남았다. 매년 하는 소리지만 올해는 유난히 습하고, 뜨겁다. 땀도 많이 나고, 며칠이고 열대야가 계속되다 보니 잠도 깊게 자지 못한다.

무더운 밖과 시원한 안, 더위와 에어컨 바람 사이를 오가니 냉방병까지 유행이다. 자연스레 체력도 뚝뚝 떨어져 봄철 춘곤증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몸이 무겁다. 그럴 땐 보양식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 특히나 인삼이나 갖가지 약재, 닭 한 마리를 넣고 푹 끓인 삼계탕은 복날 더위에도 줄 서서 먹을 만큼 인기다. 그중에는 동충하초를 올려 눈도, 입도 즐거운 삼계탕도 있다.

동충하초란 무엇일까? 동충하초(冬蟲夏草)는 곤충에 기생하는 약용버섯으로 숲이나 계곡 인근에서 주로 발견된다. 대부분 동충하초는 성냥 한 개의 크기만큼이나 작아 일반인이 찾기는 어려운 편이지만, 우리나라 숲이나 들판 등 전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종류도 다양하다.

중국의 동충하초는 해발 3천m 이상의 티베트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데, 고산지대라 채집이 어려워 전문가들에 의해 매년 이른 봄 채취돼 고가에 유통되고 있다.

동충하초의 희소성이 날로 커지면서 자연산 동충하초의 가격이 ㎏당 수천만원까지 호가하자 황금이나 고급 수입 자동차보다 더 비싼 버섯으로 불리기도 한다. 구매도 어려운데 발생 시기가 이른 봄에 한정되다 보니 신선한 동충하초를 사기 위해 외국인들이 중국 공항에 도착해 동충하초를 사자마자 바로 돌아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자연환경 변화와 무분별한 채집으로 인한 자원감소 등으로 자연산 수집이 어려워지자 다른 지역 사람들이 티베트의 동충하초를 채취하다가 현지 주민과 분쟁이 발생하는 등 일명 ‘동충하초 전쟁’까지 일어나고 있다.

왜 이렇게 동충하초의 인기가 뜨거운 걸까?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동충하초를 인삼, 녹용과 함께 3대 한방 약재로 여겨왔다. 황실 요리에서는 불로장생, 자양강장의 비약에 재료로 이용되어왔다고 전한다.

중국인들은 중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진시황을 손꼽는다. 진시황은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한 황제로 잘 알려졌으나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아마도 불로초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한다.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가 동충하초라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측천무후와 양귀비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동충하초를 상비약으로 애용했다고 하며, 93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한 중국의 정치가 덩샤오핑(등소평)이 보양제로 동충하초를 꾸준히 복용했다고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실제 동충하초에는 폴리사카라이드, 코디세핀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피로 해소, 폐결핵, 천식, 빈혈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산 동충하초 확보가 어려워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없다 보니 대안으로 2000년 초부터 동충하초 인공생산 연구를 시작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눈꽃동충하초, 번데기동충하초 2종의 동충하초 대량생산 기술을 확립했으며, 이들은 현재 국내 식품으로 허가돼 유통되고 있다. 세계에 분포하는 동충하초는 300여 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든 종류를 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2종처럼 사람이 먹어도 안전한지, 영양은 우수한지 등 인체 적합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것만 섭취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야생 동충하초를 먹는 것보다 인공재배로 식품 안전성이 보장된 동충하초를 먹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국내 동충하초 인공재배의 성공으로 해외에 제품이 알려지고 산업화된 지도 2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동충하초는 마시는 차로 개발되었고, 분말 만들어져 선식이나 요리에 넣어 먹는 등 다양한 식품소재로 활용되었다.

그런데 최근 동충하초 시장이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다. 아마도 동충하초가 기능성 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원료에 머물러 있는 점, 저가로 수입되는 해외 기능성 농산품과의 경쟁, 소비자들의 새로운 소재 경험 욕구 등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한다.

정부의 국정과제가 최종 확정되었다. 6대 국정 목표에 따라 ‘국민께 드리는 23개 약속’, 120개 국정과제가 선정되었다. 23개 약속 중 13번째가 ‘살고 싶은 농산어촌 건설’이며, 이 아래에는 △농산촌 지원 강화와 성장환경 조성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경영안정 강화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 둥 4개의 세부과제가 있다.

국내 동충하초를 활용한 소재산업을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에 활용한다면 좋지 않을까? 아마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동충하초 인공재배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한 우수기술로, 어떤 나라도 흉내 낼 수 없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 분포하는 동충하초 자생종을 독자 개발해 인공재배하기 때문에 종자 사용료에서 자유롭다.

앞으로 동충하초 유용성분과 기능성까지 밝혀낸다면 수출까지도 가능한 품목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바이오산업 분야로 청년창업, 일자리 창출 효과 또한 얻을 수 있다. 세계 농업 동향을 보면 농업 특정 분야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이상의 노력과 고통이 수반된다. 그런 1등을 넘어서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 그런 영역에 먼저 뛰어들어 1등을 차지하고 경쟁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 어떨까? 동충하초라면 가능할 것이다.

말복을 앞두고 있다. 동충하초가 올려진 삼계탕 한 그릇으로 더위를 쫓고 동충하초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남성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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