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부터 해결합시다
민생부터 해결합시다
  • 안호영 국회의원
  • 승인 2022.07.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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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국회의원
안호영 국회의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는 공정이라는 단어가 13번, 상식이라는 단어가 9번 등장한다. 이 연설문 속에 담긴 윤석열 후보의 서사는 공정과 상식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윤석열 후보는 스스로를 공정과 상식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두 단어는 대통령 출마 이유의 모든 것이었다.

하지만 본선을 거치며 본인·부인·장모를 일컫는 소위 본부장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인인 김건희 씨의 이력 허위 기재 논란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장모의 요양병원 부정수급 의혹까지 모두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먼 구설수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왔다.

그 탓이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연설에서는 공정이 단 3번 등장하고, 상식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취임 3개월이 다 돼가는 지금, 언제 그랬는가 싶을 정도로 공정과 상식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온라인에서는 ‘ㅤㄱㅛㅇ정과 상식’이라는 밈(meme)이 나돈다. 윤석열의 ‘윤’을 거꾸로 뒤집으면 ‘ㅤㄱㅛㅇ’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 ‘공정과 상식’을 희화한 밈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있게 한 정치적 자산인 공정과 상식이 풍자와 비꼬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신호탄은 인사 참사였다. 김인철, 정호영의 ‘아빠찬스’ 의혹, 송옥렬의 성희롱, 김승희의 정치자금 유용까지, 만물상 같은 불공정과 비상식의 행태가 윤석열 정부의 취임 초부터 시작되었다.

국민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대통령실조차 정실 인사로 가득 찬 직업소개소가 됐다. 여당의 대표는 “대통령실에 안 넣었다고 해서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다”,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다. 내가 미안하더라”라는 말로 9급 공무원이 되려고 고시원에서 인생을 걸고, 땀 흘리는 청년들의 염장을 질렀다.

인사문란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지지율이 추락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 윤석열 정부의 탈출 전략은 공안통치로의 회귀였다. 십여 명을 살해한 흉악범을 북송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문재인 정부의 안보라인에 칼을 겨눴다. 생존권을 걸고 투쟁하던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현장에는 대규모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궁지에 몰린 정권이 저질렀던 일들이 퇴행적으로 재연되었다. 찬 새벽바람처럼 으스스한 기시감이다.

윤석열 정부의 뻔뻔함은 ‘내가 하면 집단적 의사 표시, 남이 하면 쿠데타’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기 위해 열린 총경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거친 표현으로 매도했다. 회의를 제안하고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해가며 경찰까지 통제하려는 이유는 명백하다. 양손에 검·경이라는 두 개의 칼을 쥐고선 대한민국을 ‘수사공화국’으로 만들고, 정치보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외치던 공정이 허울만을 남기고 상식이 죽어가는 동안 국민의 삶은 어떻게 되었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高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재확산이 닥쳐왔다. 사상 초유의 금리 0.5%p 인상이라는 빅스텝으로 경제적 불안정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 모두 폭락세를 보인 만큼, 이미 GDP 대비 세계 1위인 가계부채 문제 역시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국정의 최고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정치의 기본인 보통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은 과거의 일을 끄집어내 정쟁을 할 때가 아니다.

오랜만에 원구성이 합의되면서 국회가 정상화되었다. 민주당은 이미 경제와 민생을 위한 일이라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서민들의 밥상머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도 결국, 민생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안호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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