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왜 필요한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왜 필요한가
  • 박은숙 원광대학교 대외협력 부총장
  • 승인 2022.07.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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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원광대학교 대외협력 부총장
박은숙 원광대학교 대외협력 부총장

내가 갔던 미국 대학 실험실에는 기자재가 거의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테이프 자를 가위는 귀해서 가위가 실험실을 넘나들어야 했다. 인도 친구가 가위를 빌려가면 바로 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 친구 집에는 하인이 대여섯명이나 있어 본인 손으로 하는 일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며 미국 친구가 웃으며 투덜댔다. 나는 초콜릿빛 피부에 큰 눈이 매력적인 그 친구와 마주칠 때마다 잠깐씩 안부를 묻는 사이여서 안타까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왜냐면, 여러나라 동전을 수집하기 위해 그녀에게도 부탁했는데, 액면가 높아 보이는 지폐를 종류별로 주는 것이었다. 너무 큰돈인 것 같다고 했더니, 아버지 돈이기에 상관없다는 대답이었다. 내가 있던 3층에는 모로코, 인도, 유태인 교수도 있었고, 한국, 인도, 말레이시아, 타이완, 중국에서 온 대학원생이 대부분이었으며 미국인 대학원생은 단 두 명뿐이었다. 다양한 문화가 한 층에 공존했다.

통계청에서는 전국 인구는 2020년 5,174만명에서 2050년에는 4,736만명으로 감소하고, 2000년 200만명이었던 전북의 인구는, 2020년 181만명, 2050년 149만명으로 31만명이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전라북도 14개 시·군 중 인구감소지역은 10개나 된다고 발표했다. 전북연구원에서는 전라북도의 생산가능인구가 2015년 이후 15년 동안 138,000명이나 감소한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방문할 때면 급격한 인구 감소를 실감한다. 내가 고등학교 재학할 때는 학급당 학생이 65명이었는데, 현재는 20명 정도이며, 학급수도 현저히 줄었다. 한 학년 전체 학생이 10명 이내인 학교도 있다. 우리나라의 학령 인구는 2020년 789만명에서 2050년 481만명까지 감소하고, 전북의 경우 2020년 29만명에서 2050년 14만명으로 무려 52%가 감소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는 대학 신입생 미충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입생 미충원 인원은 2021년 40,586명이었는데, 이 중 75%인 30,458명이 지방대학 미충원 인원이었다. 지방대학은 지역의 삶의 터전이고, 지방대학의 어려움은 결국 지역사회에 어려움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인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노력했다. 임신·출산 휴가, 육아휴직뿐 아니라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청춘남녀 만남 프로그램도 시행했다. 그러나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과연 인구를 늘릴 묘책은 없는 것인가?

외국인 유학생은 지역사회에서 교육, 주택, 의료, 교통 등 생활서비스의 소비 주체이며, 인재로 성장할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1인당 연간 소비 금액은 16,174,000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학위과정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2020년 113,003명, 2021년 120,018명으로, 코로나19 상황임에도 6.2%인 7,015명이 증가하였다. 한 대학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하기를 원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60%나 되었다. 이제 우리는 외국 인재 영입이 필요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다행히 외국 인재들도 한국에 와서 체류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맞이할 대학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유학생에게 비자 문제가 생기면 소속 대학에 페널티를 부여한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2020년 비자발급제한대학은 학위과정 27개교, 어학연수과정 60개교로 총 87개교이며, 2021년 비자제한 긴급조치대상대학은 28개교에 이르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자아실현, 성장을 위해 한국을 찾으나, 우리는 그들을 학생 정원을 채우기 위한 대상으로 여기며, 법적 절차를 위반하면 처벌하겠다는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진 않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역 소멸을 막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의 자아실현을 위해 대학과 지자체는 교육부, 법무부, 기업과 합심합력하여 합리적인 3단계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첫 단계는 현장 및 온라인 등의 유학박람회를 개최하여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정부초청 외국인장학생 선발사업(GKS, Global Korea Scholarship)으로 2021년 1,500명이 선발되었다. 각 대학은 그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대학생뿐 아니라 특성화고등학생 유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단계는 유학생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학업의 질을 높여야 하며,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지원해야 한다. 글로벌교류센터는 외국인 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숙사이다. 셋째 단계는 KOTRA, 기업체와 협력하여 다양한 분야의 채용박람회 등을 개최하여 양질의 취업과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취업비자, 가족동반 입국, 영주권 부여, 귀화 허용의 문턱도 낮추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혼과 동시에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미국으로 간 내 친구는 그곳에 정착했으며, 성년이 된 자녀들은 한국으로 돌아올 엄두를 못내고 있다. 취업을 위해 잠시 호주로 떠났던 친구 부부도 그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에 체류하기를 원하나, 아직도 한국은 규제가 많은 나라이다. 우리는 글로벌화를 지향한다고 외치면서, 외국인 유학생에게만은 글로벌화를 지양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박은숙<원광대학교 대외협력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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