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긴장 풀어주기
환자 긴장 풀어주기
  • 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 승인 2022.07.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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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실이나 검사실에 들어가는 환자는 긴장과 불안감을 가지고 들어온다. 그래서 긴장감과 불안을 덜어드리기 위해 종종 아재개그를 한다. 초음파 검사를 하기 위해 누워있는 환자에게 “아이스크림이 교통사고가 났데요. 왜 그런지 아세요? 히히, 차가와서요”라고 하면 긴장하였던 환자가 순간적으로 웃는다. 그때 “자, 차가와요” 하면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면 환자의 긴장과 불안감이 조금 풀어지는 것을 느낀다. 또한 초음파 화면을 환자와 같이 보면서 유방이나 갑상선의 정상모양에 대해 설명하고 혹이 있으며 혹의 모양을 보여주면서 “혹 모양이 예뻐서 양성같아요, 맘 편하게 가지시고 6개월이나 1년 후에 편한 마음으로 보게요” 라던지 “혹 모양이 조금 이상해 보이니까 바로 조직검사를 하게요. 최대한 안아프게 빨리 진행할께요”라고 환자와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여 환자의 긴장과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갈 때는 특히 더 많이 긴장하고 불안해한다. 침대에 누워 보통 수술실 들어가는데 수술실 복도가 길게 느껴지고 어디론가 끌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수술실 침대에 누우면 낙상 예방을 위해 팔과 다리를 고정하여 못 움직이게 하고, 수술실 벽은 온통 녹색이며, 천정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매우 밝은 수술 등이 있으며, 그리고 심전도 소리를 포함한 기계소리가 들려 더욱 긴장되고 불안을 유발한다. 그래서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수술을 준비하는 동안에 환자 손을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국소마취로 수술이 진행되는 환자에게는 환자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준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서 환자의 취향에 따라 노래를 선택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핸드폰을 통해 선곡한 후에 환자 귀 가까운 곳에서 노래를 들려준다. 찬송가나 7080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요즘은 임영웅 노래를 찾는 분들이 많아서 자주 임영웅 노래를 들으면서 수술을 한다. 또한 유튜브에 고마운 것 중 하나는 동남아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족들이 많아지면서 동남아에서 오시는 여성 환자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분들을 국소 마취하에 수술을 진행할 때 그 환자 나라의 노래를 틀어주면 환자들이 좋아하고,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기에 불안과 긴장감이 덜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술하기 전에 손을 소독약으로 약 3~5분 정도 씻는다. 손을 씻는 곳 앞에 거울이 있는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분주하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늘 나에게 주어진 귀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그리고 수술이 잘되어 잘 회복되어 퇴원하기를 기도하는 맘으로 손을 씻는다.

 병원이라는 곳은 의사선생님이 아무리 좋아도 오고 싶지 않는 곳이다. 나는 갑상선 세침검사, 유방 조직검사, 그리고 국소마취를 시행하면서 하루에 몇 번씩 주사를 주고 있다. 하지만 우습게도 막상 내가 주사를 맞거나 채혈을 당하는 상황이 되면 괜히 불안하고 그냥 하기 싫다. 주삿바늘이 살에 들어가는 것이 상상이 되고, 느껴져 괜히 두렵고 싫다. 병원에서 생활하는 의료인도 이럴진대 병원을 방문하여 시술이나 수술을 받는 환자는 얼마나 더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낄까?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의 긴장감과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의사를 만나는 문턱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영삼<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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