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약품 연구개발 산업을 육성하자
동물의약품 연구개발 산업을 육성하자
  •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 승인 2022.07.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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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지난 6월 카이스트, 전북대학교, 그리고 전주시가 공동주최하고 필자가 실질적으로 주관한 세계바이오혁신포럼(World Bio Innovation Forum)에 동물의약품 세션(분과회의)이 둘 있었다. 여기에 참여하여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거나 관심을 가진 기술들을 발표한 기업들은 해외 동물의약품 개발회사 둘, 국내에서 동물의약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기술회사 하나, 해외 제약회사 하나, 국내 제약회사 하나였다.

동물의약품 개발은 미개척분야다. 동물의 병을 치료한다는 개념 자체가 최근에 들어와서야 생겼다.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되면서 개와 고양이의 병을 치료해주려는 견주, 묘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적 목적으로 키우는 가축에도 전염병 등을 집단치료한다는 개념은 있지만 개별치료는 거의 없다. 병이 생기면 치료하는 것보다 도태시키는게 경제적으로 이익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대한수의학회 학술대회의 몇 세션에 들어가 봤는데, 말이든 염소든 개별 동물에 맞춰 개발된 약은 거의 없다는 것에 놀랐다. 반려동물 치료약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항생제든 당뇨병치료제든 원래 개나 고양이에 맞춰 개발된 게 아니라 사람에 쓰는 약을 대충 갖다 쓰는 상황으로 보인다.

사람을 위한 의약품을 개발할 때 전임상시험이라는 단계가 있어서 후보 의약품을 일단 동물을 대상으로 시험해본다. 여기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후보 의약품을 엄격한 규칙에 따라 사람을 상대로 임상시험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신약개발은 비용이 많이 든다. 새로운 약을 하나 개발하는데 보통 1조원 이상이 들어가고 평균 13년 정도 걸린다. 대부분 시간과 비용이 임상시험 시간과 비용이다. 이를 뒤집어서 보면 생물학적으로 서로 가깝지 않은 사람을 치료하는 약이 반려동물 치료에 효험이 있을 확률은 높지 않다.

그런데 좋은 소식도 있다. 동물의약품은 바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덜 든다. 신약산업의 후발국인 한국이 징검다리로서 도전해볼 만한 산업이다.

전라북도지역은 동물의약품 연구개발 산업을 육성하기에 좋은 여건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수준의 역량를 지닌 전북대학교 수의대가 익산에 있다. 익산시에는 또 동물의약품효능·안전성평가센터도 구축되고 있다. 전북대학교의 전주캠퍼스에 밀집되어 있는 자연대, 약대, 의대, 치대, 농대, 공대 등도 다른 지역에서 찾기 힘든 연구개발 인프라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주시를 인접해서 둘러싸고 있는 완주군 또한 우석대학교를 비롯하여 동물의약품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기관과 기업이 소재하고 또 앞으로 유치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지니고 있다. 정읍시에도 동물의약품 관련 연구소와 실험시설들이 다수 있다. 이밖에도 농도인 전라북도에는 지자체마다 동물의약품과 관련된 자산들이 있다.

새로 임기가 시작되는 전북지역의 단체장들이 반려동물에 관련된 공약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김관영 도지사는 취임사에서 동물의약품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광역지자체와 각 기초지자체 간에 유기적인 역할분담을 통해 동물의약품 집적단지를 구축해나가면 좋겠다. 이를 보다 넓은 범위의 농·생명·바이오 클러스터의 한 축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의약품 연구개발 산업은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미개척 분야이기 때문에 전북지역이 가진 좋은여건, 특히 대학들을 중심으로 하는 인적 인프라를 활용하여 육성하면 십년내로 세계적으로 선두에 나설 수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동물의약품 연구개발 산업이 전북지역에서 발전하려면 지역의 리더들이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채수찬<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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