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지 진북동을 ‘민선8기 문화마을로’
역사·문화지 진북동을 ‘민선8기 문화마을로’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 승인 2022.07.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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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회자정리(會者定離). 시기적으로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진다’는 뜻의 사자성어가 잘 어울리는 때다.

사회적으로 ‘민선8기’란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전주시는 지난 민선6기, 7기에 걸쳐 지역문화판에서는 큰 변화를 이뤘다. 성매매집결지였던 ‘선미촌’이 문화예술지로, 전주교대 부속초등학교 일원이 ‘서학문화마을’로, 전주역 앞 백제대로가 ‘첫 마중길’로 모습을 바꿨다. 주민들의 만족도도 좋아졌다.

연중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역사성과 문화성을 간직한 전주한옥마을을 찾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쇠퇴한 도시공간을 되살리는 방법 중 최고는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도시 경관 및 재생 차원에서도 대부분 도시들이 선택하고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막대한 혈세와 긴 시간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특정 지역에만 돈을 쏟아 붓는다’며 볼멘소리도 있었다.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재정의 효율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

전주시는 지난 민선 6~7기 당시 전주역 앞과 선미촌, 서학동 일원을 집중 선택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요구에도 놓친 것 또한 있었다. 전주의 첫 관문인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일원 미개발이다.

하루 이용객은 전주역보다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다. 그럼에도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주변은 ‘대한민국 관광거점도시’란 명성과 정반대다. 오히려 훼손시키고 있다.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인근 환경개선이 ‘민선8기’의 과제인 셈이다. 시외/고속버스터미널~숲정이교~진북동 구간은 전주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곳이다. 현재의 모습으로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란 수식어가 낯 간지럽다. 횡단보도도 시외/고속터미널 중간점인 숲정이교 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무단횡단으로 인한 인명사고 예방과 터미널 진출입 버스의 순환에 도움 줄 것은 자명하다.

역사·문화적으로 진북동은 소중한 지역이다. 대원군이 섭정하던 고종3년 병인년(1866년)에 일어난 병인교난(丙寅敎難)은 5대 종교박해사건의 하나다. 카톨릭신자 13명이 이곳 숲정이에서 처형되는 참극이 벌이진 역사현장이다. 지금도 ‘숲정이순교지’라 부른다. 순교자들의 묘지는 승암산(중바위산) 정상아래 치명자산 순교성지(천주교성지)에 자리하고 있다.

필자는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전주 첫 관문이자 ‘숲정이순교’란 역사성이 결합한 진북동 일원을 ‘민선8기 제2의 서학문화마을’로 집중 개발하는 것을 제안한다. 자연환경 또한 우수하다. 건산천과 전주천 두 개의 천(川)이 진북동을 휘감고 있다. 활용가능한 수변공간이 풍부하다. 공공시설인 전주시자원봉사센터도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는 진북동만의 자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토부가 작년 11월 전주고속버스터미널 남측 일원 진북동 일대(8만7064㎡)를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선정했다. 국비 150억원을 투입해 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을 설치하는 등 주거환경을 대폭 개선할 예정이다.

전주시는 국토부의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사업 위에 문화예술을 덧입히면 된다. 문화예술인들이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임대정책, 소규모 문화공간 조성 등 맞춤형 문화지원방안을 접목해야 한다.

30년 이상된 노후주택 밀집지역인 진북동 일원을 문화마을로 변화시킨다면 버스를 이용한 외지인들에게 ‘문화도시 전주향’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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