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교룡산성과 선국사
남원 교룡산성과 선국사
  • 김동수 시인/전라정신문화연구원장
  • 승인 2022.07.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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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최초의 동학 포교지’, ‘3·1 만세운동’의 발원지
김동수 시인 / 전라정신연구원장<br>
김동수 시인 / 전라정신연구원장

천년 고도 남원시에는 유서 깊은 교룡산성(蛟龍山城)이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성 안에 수운 최제우(1824-1864) 선사가 동학(東學)을 창시한 덕밀암(은적당(隱寂堂)이 있고, 3·1독립운동 당시 33인중 불교계를 대표하여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백용성(1864-1940)스님의 첫 출가터가 있고, 동학의 김개남 접주가 농민군을 이끌고 남원관아를 점거할 때도 이 성을 주둔지로 삼았던 선국사(善國寺)가 있다.

수운 최제우 선생은 1860년 봉건적?착취와 외세의 침략에서 벗어나고자 ‘동학(東學)’을 창시하였다. 민생이 도탄에 빠지고 서학(西學)이 몰려와 인심이 흉흉해지자 이에 맞서 우리민족 고유의 경천사상을 바탕으로 유(儒), 불(佛), 선(仙)과 민속 신앙을 융합한 한민족의 시천주(侍天主) 사상, 곧 ‘동학’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에 동조한 교도들이 늘어나자 동학을 위험한 세력으로 간주, 최제우에게 혹세무민의 죄목을 씌워 탄압을 가해오자 경주에서 남원 교룡산으로 피신하였다.

어느 날 ‘내 마음이 곧 네 마음(吾心卽汝心)이다’는 한울님의 말씀을 듣고, 이 도(道)를 체계적으로 이론화하여 널리 전파하고자 안전하고 집필하기 좋은 곳을 물색하다 유서 깊은 교룡산성 내에 있는 선국사를 찾아들게 되었다. 그곳에 있는 덕밀암의 방 한 칸을 빌려 은적당이라 이름 짓고 집필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동학을 밝히는 논학문(論學文)을 집필하고, 오늘날 동학의 경전인 『동경대전』을 정리하여 세상에 내 놓게 되었다.

이러한 동학의 경천사상(敬天思想) 사상이 이후 ‘사인여천(事人如天)’과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으로 발전하여 이를 동학의 종지로 선포하면서 1905년에 동학의 3대 교주 손병희가 ‘천도교(天道敎)’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때 최제우가 교룡산에서 부르던 <칼노래>가 당시 민중들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을 잘 대변하고 있다. “시대여 시대여 나의 시대여/ 다시는 오지 못할 나의 시대여 /만세에 한번 태어난 대장부가/ 오만 년만에 때를 만났도다./용천검 드는 칼을 아니 쓰고 무엇하리.(1861년)”

교룡산성 덕밀암과의 인연은 최제우뿐만 아니었다. 1919년 3·1독립선언의 민족대표로 불교계를 대표하여 3.1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백용성 스님이 첫 출가하여 수행한 암자이기도 하다. “용성 스님은 국호를?‘대한민국’으로,?국기를?‘태극기’로 명명(命名)한 분이기도 하다. 3·1운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천도교 손병희 교주와 함께 국호와 국기가 없는 것을 알고?“국호는 대한제국 황제의 나라가 아니라 백성의 나라이니 ‘대한민국’으로 하고, 국기는 좋은 뜻을 담고 있는 ‘태극기’로 하자고 주창해 민족대표들의 동의를 얻어 냈다.?이리하여?1919년?4월 중국 상하이에서?3·1운동 정신을 계승하여 수립된 임시정부를 ‘대한민국 임시정부’라고 칭했으며 태극기가 대한민국 공식 국기가 됐다.”(장수 죽림정사 도문 스님)

이처럼 남원의 교룡산성은 ‘동학’과 ‘3.1 독립만세운동’의 발원지로서의 자취가 서려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때문에 한국 사상사에 있어서 남원 교룡산성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교룡산 덕밀암에는 수많은 호남 사람들이 찾아 와 이곳을 중심으로 수운은 동학을 전파하였다. 이것이 호남 최초의 동학 포교지이고 그 결실이 바로 1894년 호남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진 ‘갑오 동학혁명’이었다.

“이런 역사 깊은 유적지를 남원은 아직까지 복원하지 못하고 있다. 덕밀암 은적당 복원은 오래전부터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역설해 왔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앞으로 덕밀암 은적당이 복원되면 동학의 성지, 불교의 성지, 국민정신교육의 성지가 될 것이다.”(노상준: 남원학 연구소)

뿐만 아니다. 김개남 접주가 전봉준과 함께 농민군을 이끌고 남원관아를 점거할 때도 이 성를 주둔지로 삼았던 호국 선열들의 숭고한 얼이 서린 곳이다. 하루속히 교룡산성 덕밀암을 복원하는 사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김동수<시인/전라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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