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서비스를 이용한 도민 삶의 개선
생태계 서비스를 이용한 도민 삶의 개선
  • 김현수 전북대 교수
  • 승인 2022.07.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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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전북대 교수
김현수 전북대 교수

인류문명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강이다. 최초의 고대 문명이 태동한 장소들은 모두 비교적 온화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던 큰 강 주변이었으며, 이후 인류문명의 발전은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물과의 투쟁이자,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민족 또는 국가 간 분쟁과 더불어 이루어졌다. 현대사회에서도 양질의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인 경우가 많다.

물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 한 요소임은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안정적 수질과 수량을 확보하는 일은 인류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과 비교하면 강을 흐르는 물의 양은 극히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자원의 공급원 역할에 있어서 하천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댐을 건설하여 하천을 막아 저수지를 조성하여 물을 공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저수지도 하천 환경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것이다.

지구 환경의 중요 요소이며, 인류 생존의 필수 요소인 하천환경에 대한 정책 방향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류 문명 초기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는 충분한 양의 물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급속한 인구 증가와 문명의 고도화로 인해 물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고, 한정된 수량으로 증가하는 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수질을 양호하게 유지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수질과 수량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최근 여러 국가에서 지향하는 수자원 관련 정책이 되었다. 수질의 중요성이 대두하는 과정에서 수질관련 이슈로 인해 많은 갈등이 초래된 바 있고, 이는 현재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수질개선을 통한 환경보전과 안정적 물 공급을 넘어서 생태계 서비스라는 큰 틀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천 관리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생태계 서비스는 자연환경을 건전하게 유지함으로써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고, 이를 바탕으로 인류에게 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계로부터 인류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크게 네가지 범주로 나누어지는데, 음식, 먹이, 물, 연료 등의 다양한 재화를 생태계가 생산하여 인류에게 공급하는 것을 의미하는 공급 서비스, 생태계의 건전한 순환 과정에서 얻어지는 조절 능력에 의한 기후, 질병, 홍수 조절 등을 의미하는 조절 서비스, 휴양, 영감, 교육, 예술 등 생태계로부터 얻어지는 비물질적 혜택을 의미하는 문화 서비스, 그리고, 다른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토양 생성, 물질 순환, 광합성을 포함한 1차 생산 등의 지원 서비스가 있다.

생태계 서비스라는 개념을 적용하게 되면, 강은 단순히 깨끗한 물이 흘러가는 하나의 환경 구성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자연환경의 조성으로 인한 유무형의 혜택을 인류에게 제공하여, 경제, 문화, 심리적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자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방 선거가 끝나고 8기 지방정부가 들어선지 보름의 시간이 지났다. 새로 취임한 도지사의 20대 주요 정책방향을 살펴보니, 환경분야에 대해서는 하나의 정책 방향이 제시되었는데, ‘환경자산의 가치창출’이었다. 이는, 도내 환경요소를 그저 깨끗하게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우리의 자연환경을 휴양, 관광, 교육, 거버넌스 활동 제고 등에 이용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하여 환경과 도민의 삶을 동시에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환경자산의 가치창출을 위해서 여러 사업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개인적 의견으로는 전라북도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하천, 만경강과 동진강에 대한 사업을 먼저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천 정비 및 수질개선 사업을 수행하면서 환경 및 경관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주변 지역의 문화 및 역사 자원을 연계하여, 하천 생태계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을 모색했으면 한다. 이미 만경강에 대해서는 사업 타당성 및 방향에 대한 연구 용역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경강에 대한 사업이 시작되면 동진강에도 동일한 사업이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환경은 더 이상 갈등의 원천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그저 자연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에만 목표를 두지 말고, 이를 통한 도민의 삶을 동시에 개선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인간도 생태계의 한 부분이기에, 생태계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향유할 권리가 있고, 8기 지방정부는 이를 통해 낙후된 도민의 삶을 개선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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