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교육
삶을 위한 교육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7.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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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기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교육이다. 많은 학교와 교사들은 좋은 교육이란 학생들에게 기존의 지식을 더 많이 전달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과서가 알려주는 지식을 더 많이, 더 완벽하게 이해하고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답을 적는 학생을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여전히 주입식 지식 암기 교육이 일방통행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교육학자 진 애니언(Jean Anyon)은 사회 계급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노동계급·중간계급·상류층 가정 학생들에게 ‘지식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졌다. 그 연구결과를 “사회 계층과 학교 지식”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그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가난한 노동계급 가정의 학생들은 지식을 ‘외우는 것, 질문에 답하는 것, 숙제하는 것’이라고 답한 반면, 중간계급 가정의 학생들은 ‘외우기, 사실과 역사를 배움, 무언가 배우는 것’으로, 상류층 가정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한 다음 이 생각이 잘못된 점을 찾는 것, 무언가를 아주 잘 아는 것, 무언가를 알아내는 학습 방법’ 등으로 보았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학생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사회계층에 따라 지식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는 점을 밝혀냈다.

 하지만 사회계층에 따라 지식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는 교육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사회계층이 아니라 개인능력에 따라 계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교육이다. 예전에 교육을 통해서 계층간 이동이 가능한 시절도 있었다. 본인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좋은 대학, 대기업, 전문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국가와 사회에서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개인적인 노력에 따라 용이 될 수 있었다. ‘개천에서 용난다’라고 했다. 

 지금은 그것이 어렵다. 개인의 노력 보다는 사회적 구조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우리 사회에서 명문대라고 하는 대학졸업장은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자격증 역할을 하고 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서는 수학능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한다. 입시제도의 강한 변별력은 공교육의 왜곡 문제를 초래했다. 공교육을 통해서는 고득점을 받기 어려워 고비용의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학교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 서울대 입학생의 절반 이상은 강남과 특목고 학생들이고, 의대 신입생의 80%가 금수저라는 통계도 있다. 부모의 부와 사회적 지위의 영향으로 이러한 자격증이 대물림되고 있다. 교육은 계층간 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지만, 오히려 교육을 통해 빈곤과 불평등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교육은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주입식 지식 암기 교육이 아니라 자유로운 대화 형식의 교육으로 생활 속에서 삶의 지혜를 깨우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의 재능을 발견해 끄집어내어 주는 것이다. 

 미국 교육의 아버지 ‘존 듀이(John Dewey)는 “교육의 목표는 무엇을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하기를 가르치는 것이다. 교육이란 경험의 끊임없는 개조이며, 미숙한 경험을 지적인 기술과 습관을 갖춘 경험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식은 관계와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1온스의 경험이 1톤의 이론보다 낫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시키거나 이와 반대로 학생들의 자발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불충분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여러 경험에 참여시킴으로써 학생들이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획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육의 주체는 학교도 교사도 아닌 스스로 경험을 통해 깨달아 가는 학생이다.”고 밝히고 있다.

 영국의 석학 찰스 제닝스(Charles Jennigs)와 네덜란드의 저명한 컨설턴트 요세 아레츠(Jos Arets)도 존 듀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702010 모델’을 통해 인재육성의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주장하였다. ‘702010 모델’은 “학습의 10%는 공식적인 교육을 통해, 20%는 타인과 상호작용인 대화나 코칭을 통해, 70%는 실제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학습은 교육보다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학교 현실은 80% 이상을 정형화된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교육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수업방식의 변화가 개혁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함으로써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창의융합교과목을 많이 개설해야 한다. 학생들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가 천개의 이론보다 낫다. 모범적인 사례를 통해 혁신과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삶을 위한 교육이 그것이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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