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찰 장악 시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해야”
“정부는 경찰 장악 시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해야”
  • 한병도 국회의원
  • 승인 2022.07.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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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국회의원
한병도 국회의원

지난 6월 21일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권고안이 발표됐다. 행안부 내에 경찰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을 제정하는 등의 광범위한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이를 두고 ‘민주적 관리’라 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경찰을 정권의 발아래 두겠다는 ‘권력의 시녀화’와 다름없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 독재 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했던 경찰을 독립 외청으로 분리해 부당한 권력의 외압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자 경찰법이 제정됐다. 그런데 30여 년이 지난 지금, 행안부 장관이 다시금 경찰을 통제하겠다고 하는 발상은 과거 독재 정권으로 시계를 돌리겠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등학교 직속 후배인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을 후보자로 ‘깜짝 지명’한 순간부터 ‘경찰 통제를 위해 최측근을 장관으로 지명한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 장관 취임 직후 1호 지시사항으로 속전속결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세간의 의구심은 결국 사실이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논의는 철저히 비밀리에 ‘밀실’에서 추진됐다. 한 달간 이어진 자문위 활동과 관련해 행안부는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국민은 물론 그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까지 모르게, 밀실에서 이뤄진 이번 권고안 작업은 마치 구시대 군사작전을 떠올리게 했다.

변화의 주체인 경찰의 의견도 철저히 배제됐다. 경찰청장은 물론 전국 각지 경찰청의 경찰직장협의회 등의 일선 경찰관들까지 수많은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행안부는 이를 철저히 묵살하고 졸속 권고안을 내놓았다. 장관이 매우 이례적으로 직접 경찰청장 후보군 면접을 봤던 일에 이은 ‘경찰 길들이기’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지난 대선 당시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공안직을 신설하겠다던 윤 대통령의 공약은 취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공수표가 됐다. 법무부장관과 국정원 기조실장에는 검찰 출신의 대통령 측근이 포진했고, 국세청장은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패싱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등 사정기관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의 권고안 발표 역시 그 야욕을 행동으로 실행한 것이다.

자문위원회가 권고안을 발표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행정안전부 내 경찰 관련 조직 신설과 소속청장 지휘규칙 제정 등을 공식화했다. 권고안 발표 이후 경찰 조직 내부는 물론이고 언론과 시민사회 그리고 많은 국민이 우려를 보냈다. 하지만 행안부 장관은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는커녕, 경찰청장의 면담 요청도 거절한 채 직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기가 불과 26일 남았던 김창룡 경찰청장도 사의를 표했다. 자문위 논의에서 경찰청장을 소외시키고 장관은 면담을 거부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치안감 인사 번복 문제를 두고 “국기문란”이라고 강하게 질타한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경찰청장 찍어내기’와 다름없다.

이렇듯 1991년 경찰법 제정 이후 32년간 유지된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50일도 되지 않아 무너지고 있다. 지난 50일간 윤석열 정부가 자행한 사정기관 길들이기와 독단적인 인사권 행사, 시행령 정치는 자제력을 잃은 권력 남용의 전형을 보여준다.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에 고환율까지 이른바 ‘4고’로 민생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민생을 외면한 채 사정기관 장악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법률과 시대정신에 맞는 절제된 권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한병도<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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