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독사의 실태
청년 고독사의 실태
  • 김윤덕 국회의원
  • 승인 2022.07.05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덕 국회의원
김윤덕 국회의원

지난 3월 임대주택에서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하고 3일 만에 발견된 한 청년의 집에는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었는지 프린터로 인쇄한 종이가 반쯤 나왔지만, 내용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프린터 잉크가 아주 오래전에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고독사 유품 정리 특수청소 업체‘스위퍼스’의 길해용 대표는 이런 비극적인 죽음을 보는 것에“허무하다.”라는 말 밖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청년’과 ‘고독사’, 도무지 서로 수식하기 힘든 단어다. 역사 이래로 젊은이가 이웃과 단절된 채로 생을 달리한 적이 있었던가. 지금은 통화 버튼 한 번이나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그 어느 시절보다도 손쉽게 이웃과 닿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청년들은 볕조차 들지 않는 원룸에 자신을 가둬놓고 사회적 사망 선고를 내린 뒤 스스로를 심판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고독사(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우리 전북은 지난 2017년에는 40대 미만 청년 고독사 수는 없었지만 2018년 2명, 2019년 2명, 2020년 2명으로 꾸준히 발견되고 있는 추세다. 40대 이상 65세 미만 중장년층의 고독 사망자는 2017년 16명, 2018년 34명, 2019년 28명, 2020년 21명으로 전체 고독사망자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4월부터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됐다. 해당 법안을 근거로 고독사에 대한 실태조사, 통계작성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구성원 일부에게 자원이 편중되어 있고, 그로 인한 경쟁의 과열로 사회적 신뢰가 희미해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법안 하나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부식되고 있다. 비단 전북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 부식의 근원적인 문제는 삶의 방식에 대한 획일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기인한다. 평균에서 이탈한 사람을 낙오자라는 낙인 아래 살아가게 하는 부조리한 불균형 상태이다. 중3이라면 고등수학 정도는 떼고 고등학교에 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시작으로, 30대 초반의 결혼을 생각하는 남자라면 이 정도의 재무계획은 갖추고 있어야 서울 근교에 24평 아파트를 ‘꿈꿀 수’는 있다는 압박감으로 대체됐다. 40억짜리 아파트보다 뒷마당에서 텃밭을 가꾸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내 집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철부지들이나 하는 어린 생각이 됐다.

이러한 ‘압박감’은 우리 청년들을 목각인형으로 만들고, 그들의‘다양성’을 없애버렸다. 우리 사회는 현재‘다양성’에 대한 수용이 필요하다. 구석구석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그 어떤 보편적 복지도 ‘모난 돌 깎기’에 지나지 않고 그 어떤 공정성도‘승자 없는 서열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년 고독사는 우리 사회의 일부가 책임져야 하는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사회구성원 전체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의 복합적인 결합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고독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청년들에게도 부탁하고 싶다. 결코 굴복해서는 안 된다. 노력은 숭고하다. 목표가 무엇이든 크고 작은 극복의 경험은 목각인형 같은 삶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는 것이다. 하지만 내 노력의 숨이 멎으려 한다면, ‘도움’을 요청하라. 그 잘난 스티브 잡스도 주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어쩌면 반대로 도움을 요청했기에 성공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윤덕<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