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마음을 열고 ‘식량’으로 받아들일 때
‘곤충’, 마음을 열고 ‘식량’으로 받아들일 때
  • 남성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 승인 2022.07.05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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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희 농촌진흥청 곤충양잠산업과장
남성희 농촌진흥청 곤충양잠산업과장

‘미래먹거리 식용곤충’이라는 문구,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체식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문구가 더 익숙할 것이다.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인구증가, 자원고갈 현상이 심해지면서 대체식량 발굴 관련 투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식용곤충은 먹거리다’라는 사실을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런데 막상 어린 자녀에게 식사로 준다면 빵과 곤충 중 무엇을 줄까? 당연히 빵이다. 빵은 오래전부터 먹어왔으며 좋은 향이 나고 맛이 좋다. 반면 곤충은 어떤가? 더운 날 윙윙대는 파리와 모기, 과일에 꼬이는 날벌레 등 다소 불편하다. 거부감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중국은 책상을 제외하고 네 발 달린 것은 다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베이징 왕푸징 관광거리를 가면 우리나라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각양각색의 곤충들이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이곳을 방문하는 세계인들은 매우 신기한 듯 구경하면서 곤충음식을 골라 도전한다. 특히 곤충요리 마니아들은 더 새롭고 독특한 곤충을 맛보기 위해 왕푸징을 찾을 정도다. 이상하게도 식용곤충에는 거부감을 느끼면서 왕푸징에서는 다들 왜 거부감없이 즐겁게 곤충음식에 도전하는 것일까?

그것은 곤충에 대한 선입견은 있었으나 다른 모두가 즐거이 먹고 있고, 안전한 장소에서 판매가 이루어져 곤충음식에 대한 신뢰와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생각보다 괜찮네”이다. 선입견이 깨어진 것이다.

우리가 곤충을 먹는다는 것은 길거리에 기어다니는 것을 잡아서 먹는다거나 비위생적으로 취급된 곤충을 이용한다는 게 아니다. 지구상 수백만 곤충 중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우수성이 확인된 몇 종류만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는 식용곤충에 대해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식용곤충은 식품소재로 법적 허가를 받은 소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곤충은 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장수애(장수풍뎅이 애벌레), 쌍별이(쌍별귀뚜라미), 아메리카왕거저리 애벌레, 풀무치, 꿀데기(수벌번데기) 등 10종으로, 이는 섭식 가능성, 인체 안전성 등 식품이 갖춰야 할 조건을 엄격히 충족한 것이다. 이 외의 곤충은 아직 국내에서 식용할 수 없다.

그리고 단백질 등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고소애의 경우, 단백질 함량이 육류 이상이며 혈중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불포화지방산도 75% 이상 함유한다. 농촌진흥청이 강남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수술을 마친 암환자를 대상으로 3주 동안 고소애 분말을 섭취하게 한 결과, 영양 상태는 개선되고 면역력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식용곤충은 대체단백질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대체육, 대체식품 개발에 많은 나라가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대체단백질 개발 원료는 주로 배양육, 식물단백질, 미생물 유래 단백질, 곤충단백질 등이다. 그 중 곤충단백질은 대체단백질 개발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대체단백질 제품화를 위해서는 사용되는 소재가 먼저 식품원료로 법적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곤충은 이미 10종이 식품원료로 인정됐으며, 사육 시 친환경적이고 생산효율도 높아 대체단백질 소재화가 쉬운 편이다. 특히 곤충 분말은 근육과 골격형성에 매우 효과가 있어 근력 개선 제품으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 7월, 국내에서 생산되고 유통 중인 곤충 14종이 법적으로 가축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여기에는 약용으로도 사용하는 왕지네를 비롯해 귀뚜라미, 애완용 곤충인 넓적사슴벌레 등이 포함됐다. 곤충을 사육하는 농가에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주고 미래식량으로써 곤충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최근 남수단, 케냐, 말라위, 짐바브웨 등의 나라들이 코로나19로 더욱 심각한 식량난과 기아 문제에 직면했다고 한다. 미국 월드뱅크는 아프리카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과 함께 곤충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는 우리나라, 그리고 농촌진흥청의 식용곤충 연구성과와 기술이 매우 선진적이고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월드뱅크가 인정한 것이다.

세계는 지금 인류를 먹여 살릴 대체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가축에서 생산하는 단백질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온실가스 감축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지금, 우리는 전통적인 식생활을 대신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곤충을 아직도 선입견을 품고 바라봐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식량으로 받아들일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앞으로 곤충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과 대체단백질 제품들이 개발되어 세계시장에서 사랑받고,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세계에 한국의 식용곤충이 당당히 제품으로 선보이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 이러한 미래를 위해 마음의 문을 열고 곤충을 ‘식량’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성희<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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