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한국과 홍콩은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출산율 저하를 우려하며 “일본이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은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하위다.
게다가 <시·도별 장래인구 추계>에 의하면 전북 인구는 2050년에 이르러 149만 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46.9%까지 달해 인구 피라미드 구조가 역삼각형 형태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2003년 말에야 뒤늦게 저출산 재앙을 깨닫고 ‘인구·고령사회 대책팀’을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1983년에 이미 대체 출산율(인구를 현상유지 하는데 필요한 수준)인 2.1명으로 출산율이 떨어졌으나 20년 넘게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다시 20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중앙·지방 정부 할 것 없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과 수고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최저치를 경신해왔다.
출산율 저하는 전국적 현상이지만 지방은 수도권 인구 유출이라는 더 큰 장벽에 직면해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을 국정의 주요 아젠다로 삼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한 인구 분산을 꾀했지만, 그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경제와 문화예술, 교육, 소비의 수준에서 수도권, 대도시의 효용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제6차 세계지방정부연합 아태지부 총회’에서 가타야마 요시히로 전 일본 총무장관은 당시 일본 지방도시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인구 감소의 상황이 향후 전 세계 지방정부 공동의 문제가 될 것임을 예견한 바 있다. 특히 그가 저출산뿐만 아니라 지방 청년들의 대도시 유출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그로 인한 지역경제 위기를 언급한 것은 작금의 우리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출산율 저하와 젊은층의 지역 이탈로 인한 인구 감소, 고령층 증가는 전북의 사회적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다.
새 도정에서 고육지책으로 제시된 것이 ‘이민자 유치’다. 마침 법무부가 이민 정책을 전담하는 ‘이민청’을 법무부 외청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혀서 중앙과 지방의 정책 방향이 맞물려 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층이 지역에 머무르고, 지역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기업 유치, 제2 혁신도시 조성은 놓을 수 없는 희망의 끈이다. 기왕에 전북에 들어와 있는 기업·기관들에 대한 자치단체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 역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안정된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에 목말라 하기 때문이다.
신혼부부 주택이나 전세자금 대출과 같은 거주 여건 마련부터 집 가까운 곳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사교육비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도 아이를 교육시킬 수 있는 제도, 문화 향유와 소비를 위한 제반 시설 역시 젊은이들 눈높이에 맞게 갖춰야 할 것이다.
요시히로 전 장관이 과제로 제시한 “지역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자금을 순환시킬 수 있는 경제구조”라든가 “지역 대학과 협력해서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는 ‘산학관’ 연계 시스템”같은 것들은 지금도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제언이다.
이제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지역균형발전과 인구 소멸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당 지역은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 전체가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경고나 요시히로 전 장관의 고언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