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법치 실현을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호소한다
진정한 법치 실현을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호소한다
  • 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법률사무소 백석 대표변호사
  • 승인 2022.06.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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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
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

지난달 9일 대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방화로 화재가 발생했다.

재판 패소에 앙심을 품은 50대 남성이 소송 상대방 측 변호사 사무실에 방화하여 동료 변호사와 다수의 무고한 직원들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다수의 중상자 발생 등 엄청난 인명 피해를 일으킨 참사가 발생하여 법조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방화범은 주택신축사업 관련 사건에서 패소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승소를 이끈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 휘발성 물질을 뿌리고 방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변호사는 다행히 자리에 없었지만, 법률사무소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 김 모 변호사와 사무직원 등 6명이 생명을 잃었고, 방화범도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을 계기로 대한변호사협회가 조사에 나선 결과, 변호사에 대한 신변 위협 사건 4건 중 1건이 법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서 변호사석과 방청석이 가깝게 위치하기 때문에 상대측으로부터 위협을 자주 받았다는 게 조사 결과다. 실제로 상대방 측으로부터 변호사가 등을 가격당한 일도 있었다.

법정에서 소동이 발생하면 법원 측에서 곧바로 경찰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게 변호사들 불만이다. 재판부가 입정하는 어수선한 순간 변호사가 주먹으로 맞았는데도 주의만 줬다는 사례도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사건 이후 회원 1,205명을 대상으로 ‘변호사 신변 위협 사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반절에 가까운 48%는 ‘의뢰인과 소송 상대방으로부터 신변에 위협을 받은 일이 있다.’라고 답했다. 신변을 위협한 사람 중엔 소송 상대방이 39%(309건), 소송 상대방의 가족과 친지 등 지인이 10%(82건)를 차지했다.

구체적인 신변 위협의 유형으로는 폭언과 욕설 등 언어폭력을 당한 경우가 448건으로 가장 많았고, 살인을 고지하는 등의 협박을 당한 경우도 139건으로 조사됐다.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겠다”고 폭언한 사례, 지난 9일 대구에서 법률사무소 방화 사건이 발생한 것을 언급하며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협박한 경우도 소개됐다.

이 같은 신변 위협 행위가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72%에 달했고, 90%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법원 검찰과는 다르게 언제나 문이 열려 있는 변호사 사무실 특성상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각 사무실에 소화기나 호신용품을 구매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예약한 손님에게만 문을 개방하는 곳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법조 전문 직역의 업무 수행은 국민의 생명 및 권익 보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테러와 보복성 범죄는 법치주의 근간을 위협하고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모든 국민은 헌법이 보장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고, 변호사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최선의 변론을 다 할 책임과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법조 삼륜의 한 축으로서 국민을 위해 헌신하며 맡은 바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사건과 같은 사태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누구나 자신의 정당한 기본권과 권익을 올바로 보호받는 선진적 법치 제도하에서 법률가들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에 대한 평가가 바로 서고, 이를 뒷받침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홍요셉<전북변호사회 회장/법률사무소 백석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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