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 우리의 관심으로 극복하자
올여름 폭염, 우리의 관심으로 극복하자
  • 김현철 전주덕진소방서장
  • 승인 2022.06.27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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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도 기후 변화로 인해 갈수록 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철이 길어지고 있다. 이렇게 여름철이 길어진 탓에 폭염의 피해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폭염은 조용하게 찾아와 소리 없이 우리를 위협하는 재난이다. 건물 하나 파괴하지 않고 숱한 목숨을 빼앗아 간다.

 질병관리청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을 조사한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2017년~2021년)간 온열질환자는 총 10,395명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99명이 사망해 여느 재난 못지않은 피해가 발생하여 본격적인 폭염이 찾아오려는 지금 시점에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겠다.

 지난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전체 1,376명 중 남성이 75.9%로 여성보다 더 많았으며, 연령대 별로는 50대가 24.0%, 60대는 17.8%, 40대가 15.6%로 뒤를 이었다. 또한 발생 장소는 실외 작업장이 40.3%로 가장 많았고, 논·밭이 11.6%, 길가 10.0% 순이었다. 신고된 추정 사망자는 20명으로 20명 모두가 장시간 열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열사병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같은 피해 현황을 종합해보면 폭염은 장시간 열에 노출되어야 했던 50~60대 이상의 연령층, 그리고 에어컨과 같은 냉방시설이 갖추어지지 못한 실외 작업장의 근로자에게 더 가혹하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폭염의 피해가 특정한 환경과 계층에 집중해서 발생한다는 것은 폭염 피해 발생의 원인을 미리 예측할 수 있고, 이에 맞는 적절한 대비로 폭염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장시간 열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옷차림은 통풍이 잘되는 시원한 옷과 밝은색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논이나 밭, 야외작업장 등 위험지역에서 작업 시에는 되도록 2인 1조로 행동하며 갈증이 나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고, 작업 중간 서늘한 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가져야 한다.

 소방서에서는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폭염 대응 구급 대책을 추진한다. 구급대원의 폭염 관련 응급처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소방서 전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온열질환자 발생 대응 교육을 지난 5월부터 6월 두달간에 걸쳐 실시 완료하였고, 모든 출동 구급대에 생리식염수, 정맥주사 세트, 얼음조끼 등 폭염 구급장비 9종을 갖춰 온열질환자 발생에 대응할 예정이다. 또한 5대의 구급대에 추가로 폭염 대응 예비출동대 4대를 편성해 출동 기동성을 끌어올렸다.

 이와 더불어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특정 계층에 더 취약한 폭염의 특성을 이해하여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야외근로자 등 폭염 취약 계층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각별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강원도 춘천에서 폭염으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있던 80대 기초생활 수급 노인을 이웃의 사소한 관심으로 구조해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노인의 집 현관문에 며칠째 그대로 걸려있던 요구르트 봉지를 관심 있게 바라본 이웃 주민과 통장이 119에 신고하여 극적으로 노인을 구해냈다는 일화였다.

 2015년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한다(LNOB, Leave No One Behind)’라는 가치를 전 인류가 달성해야 할 공동목표로 채택했다. 폭염 문제의 해결책 역시 이 가치와 궤를 같이한다. 다가올 폭염에 대비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작은 관심’으로 폭염 문제를 극복해 나가기를 소망한다.

 김현철<전주덕진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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