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와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와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
  • 안호영 국회의원
  • 승인 2022.06.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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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국회의원
안호영 국회의원

오는 7월부터 민선 제8기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4년 임기가 시작된다. 저마다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내놓고 경제와 복지, 문화관광의 발전을 약속하고 있다. 특히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권한과 역할이 커지고, 지역주민의 직접 참여가 확대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전북도민으로서는 민선 8기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반씩 섞여 있을 것이다. 대전환 시대의 위기와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전북발전의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경험도 있기에 임기 초반에는 냉철한 관찰자가 더 많을 것이다. 하루빨리 우려를 불식시키고 도민의 역량을 응집할 수 있는 신뢰의 바른 정치가 필요하다.

바른 정치를 말할 때 공자를 빼놓을 수 없다. 2,500년 전인 중국 춘추시대 인(仁)을 정치와 윤리의 이상으로 하는 도덕주의를 설파하면서 3천여 명의 제자를 키운 공자는 오늘날에도 많은 가르침을 준다. 특히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와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의 이야기는 선출직 공직자가 되새겨 볼 이야기다.

공자가 제자들과 태산 기슭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제자 중 자로(子路)가 울음소리가 나는 곳에 가보니 여자가 세 개의 무덤 앞에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여인은 “몇 해 전 저희 아버님이 호랑이에게 물려 세상을 떠나셨고, 지난해에는 남편도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들이 호환(虎患)을 당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떠나지 않고 사는 이유를 묻자 여인은 “이곳은 세금을 혹독하게 걷거나 부역을 강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라고 말한 것이 ‘가정맹어호’다.

또 다른 하나는, 당시 초나라 변방인 섭(葉)현 태수와의 일화다. 섭현의 백성들이 날마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떠나면서 인구가 계속 줄어들자 초조해진 태수는 섭현에 방문한 공자를 만났다. 섭공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묻자 공자는 “가까이 있는 사람은 기쁘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찾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근자열원자래’이다.

고전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짚어보게 된다. 좋은 정치를 한다면서 희망적인 미래를 먼저 말하지만, 도민들은 당장 민생고(民生苦)를 해결하는 게 우선될 수밖에 없다. 또 지방소멸의 위기에 처한 많은 지자체가 외부 손님을 위한 축제를 하고 인구 유입에 힘을 쏟지만, 정작 지역민의 입장을 살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다시 말해 민선 8기는 뜬구름 잡는 먼 미래의 희망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에 대응하는 경제정책을 시행하고, 지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지역민이 기뻐할 수 있는 정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구조상 중앙정치에 지방정치가 함몰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방자치와 분권의 강화를 중심으로 지역발전의 동력을 스스로 확보하고 정치와 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지방자치 단체장이 자신의 세력을 중심으로 소 공화국을 만들고 독재를 하면서 호랑이보다 무서운 정치를 한다면 지역민은 그곳을 떠날 것이다. 반대로 지역에 사는 사람이 먼저 즐겁고 행복한 정치가 발현된다면, 외부에도 그 소식을 듣고 많은 이들이 해당 지역으로 찾아와 더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지역민의 민생고를 줄일 방법은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지역발전의 길이며 지역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인지 자명하다. 이제 4년간 바른 실행을 통해 지역민의 선택에 보답할 때이다.

안호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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