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과연 무엇이고 새로운 위협인가?
원숭이두창, 과연 무엇이고 새로운 위협인가?
  •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2.06.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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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코로나의 팬데믹 상황이 많이 안정되었지만, 아직 사태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전염병인 원숭이두창이 세계적인 유행을 시작하면서 걱정과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7일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42개 WHO 회원국에서 2,103명이 원숭이두창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의심 사례와 사망 사례도 각각 1건 보고됐다.

이 전염병의 병원체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Orthopoxvirus)로, 이는 1958년 덴마크의 한 연구실에서 사육되던 필리핀원숭이(Macaca fascicularis)에게서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이 원숭이가 천연두(두창)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면서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원숭이두창의 사람 간 감염은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후 인근 지역에서 감염이 이어지면서 현재 서부·중부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 된 상태였다. 원숭이두창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원래는 세계적으로 근절이 선언된 ‘사람 두창(천연두)’과 유사하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낮은 바이러스성 질환이었다. 사람 간에는 병변과 체액, 호흡기 비말(침방울), 침구 등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감염자 대부분은 자연 회복되며, 치명률은 3~6% 안팎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아프리카를 넘어 북미와 캐나다, 유럽을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하면서 또 다른 팬데믹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닌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WHO는 오는 23일 긴급회의를 열고 원숭이두창 관련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증상은 천연두와 비슷하게 발열, 두통, 근육통, 요통, 림프절 비대, 오한, 허약감 등을 시작으로 1∼3일 후에 얼굴을 중심으로 발진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첫 증상이 피부 발진이라는 보고 있으며 점차 몸의 다른 부위로 발진이 확산한다. 구진성(丘疹性, 경계가 뚜렷하고 언덕과 같이 조직이 융기된 발진의 한 증상) 발진이 점차 수포나 농포 등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수두나 대상포진과 매우 흡사하고 특히 손에는 수포성 발진과 함께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잠복기는 보통 6~13일이며, 발현된 증상은 약 2~4주간 지속된다.

원숭이두창은 일반적으로 자연 회복되나 주로 의료환경이 낙후된 아프리카에서 발생하여 일부 국가의 치사율은 최대 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그 치명률은 3~6% 내외이며 선진국에서 치명률은 훨씬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천연두 백신이 원숭이두창을 85% 정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된 환자의 경우 격리 조치해야 하며, 환자 보호 시에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유행하는 원숭이두창의 전염방식에 대한 새로운 의견이 있는데 WHO는 “원숭이두창은 새로운 상대, 또는 여러 명 상대와 남성 간 성행위를 한 이들에게 주로 전염되는 경향을 계속해서 보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집계된 확진자 중 99%는 65세 이하 남성이었다. WHO는 확진자 평균 나이가 만 37세며 대부분은 다른 남성과 성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열이 나거나 림프절이 붓고, 발진이 일어나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 유행에서는 발열 전에 생식기 주변에 발진 등 증상이 나타나고 다른 신체 부위에 확산하는 경우는 적었다. WHO는 현재로선 일반 대중에게 원숭이두창 전파 위험은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인방역장비(PPE)를 갖추지 않은 의료진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유행에서는 의료진 감염 사례가 보고된 게 없지만, 과거에는 관련 사례가 있었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환자와 같은 면역저하자 역시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고도 했다. 기존 사례는 적지만 임신부와 태아에게도 감염 시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국내 방역 당국도 원숭이두창 확진자 발생을 염두에 두고 감염병 위기 경보를 관심 단계로 발령하고 지난 8일부터는 원숭이두창을 제2급 감염병으로 분류했다. 오는 7월엔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허가받은 테코비리마트 500명분을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원숭이두창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면 코로나 같은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호흡기감염보다 직접적인 피부접촉이 주 전염경로이고 성적접촉에 의한 경우가 많은 점, 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가에서는 치명률이 매우 낮고 면역이 정상인 경우 자연 치료가 된다는 점이 그 근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전염병이 그렇듯이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대비가 필요한 것은 지난 신종 전염병의 유행에서 우리가 모두 배운 사실이다. 또한 바이러스의 특성상 어떤 변이를 일으킬지 모를 일이기도 하다. 보건당국, 국민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사태의 추이를 잘 살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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