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기를 앞둔 지역단체장들에게 기대하는 것
새 임기를 앞둔 지역단체장들에게 기대하는 것
  •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 승인 2022.06.15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시골에 살면 기후에 민감해진다. 가뭄 끝에 며칠간 비가 조금씩 내리자 땅이 목마름을 벗어나 촉촉해지고 있다. 모내기는 끝났지만 아직은 비가 더 와야 한다. 비가 멈춘 사이사이에 진돗개 설이를 데리고 산책하면서 보니 마을 저수지의 물높이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이런저런 공약들이 춤추던 지방선거가 끝나고 자치단체장 당선인들이 업무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에는 연임된 단체장도 있고 교체되는 단체장도 있다. 전라북도는 한국의 지역들 중 낙후된 지역에 속한다. 그런데 전라북도보다 낙후되어 있던 다른 지역들이 앞서 나가면서 시간이 갈수록 전북의 상대적 낙후는 더 커졌다. 지난 4년간도 마찬가지였다. 물러나는 단체장 중에는 산업발전을 더 챙기지 못해 후회된다고 말하는 ‘양심적인’ 사람도 있지만, 지역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느끼지도 못하는 무개념인 사람도 있다.

전라북도가 언젠가는 한국에서 앞서나가는 지역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필자는 앞으로 4년동안 전북이 정말 달라졌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무엇보다 뚜렷한 산업발전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를 위해 새 임기를 앞둔 지역단체장들에게 필자가 기대하는 게 몇 가지 있다.

첫째, 세계로 나가야 한다. 한국은 세계시장 진출로 성공한 나라다. 휴대폰도, 반도체도, 자동차도, K-팝도 세계시장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은 영토가 작고 인구가 적어서, 세계를 시장으로 하지 않는 산업, 세계를 무대로 삼지 않는 기업의 성장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책적 관심을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는 기업들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의 글로벌 역량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공무원들의 글로벌 역량도 키워야 한다. 예를 들면, 기업 지원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과 지방정부 산하기관 직원들이 영어로 업무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재교육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기업지원업무를 하는 공직자들과 얘기해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느 기술과 어느 산업이 유망한지 대충은 알고 있다. ‘신기술’하면 인공지능, 신소재, 바이오, 자율주행, 드론 이런 단어들이 쉽게 튀어나온다. 그러나 이 중에 어느 것에 투자해야 하는지, 이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낙후된 전라북도의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신분야 중에서도 남들이 아직 안 하는 특화분야에 미리 투자하는 것이다. 그래야 남보다 앞서 갈 수 있다. 예를 들면, 바이오산업에서도 미개척분야인 동물의약품 산업을 하기에 전라북도는 여러가지로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우수한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있고, 동물의약품평가센터도 구축되고 있고, 지역대학들에 우수한 연구인력이 있다.

셋째, 지역 간 보완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도내 기초단체간에 칸막이를 하고, 서로 이해가 달라 다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일할 줄 모르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일하는 체하려고 소지역 감정을 자극하여 시끄럽게 하는 데서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전북의 중심인 전주와 그 이웃지역들은 주로 경쟁보다는 보완관계에 있는데, 공동으로 일을 추진할 때마다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전주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이웃에 쓸만한 땅이 있으면 이를 결합해야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자치단체장들이 열정을 가져야 한다. 리더가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미지근한 태도를 가지면 지역이 발전할 수 없다.사고를 좀 쳐도 괜찮으니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들을 다이내믹하게 추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가뭄에 단비를 기다리듯….

채수찬<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