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차적 검증을 통한 자연성 회복
순차적 검증을 통한 자연성 회복
  • 김현수 전북대 교수
  • 승인 2022.06.13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수 전북대 교수
김현수 전북대 교수

지구는 45억년전 형성된 이후 꾸준히 변화하며 진화해 왔지만, 특정 시간대의 환경은 다양한 자연 작용들 사이의 매우 섬세한 균형을 통해 일정한 조건을 유지하면서, 그 조건에 맞는 생물을 번성시키는 배양기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며 무심코 지나치는 여러 자연현상은 지구라는 삶의 터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 균형을 통해 일정한 환경조건이 유지되기 때문에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명체가 안정된 환경에서 번성할 수 있는 것이다.

공룡이 번성했던 중생대에는 여러 자연현상의 균형이 공룡이 살아가기 적절한 조건을 만들어냈으며, 이후 신생대의 환경은 우리와 같은 포유류의 번성에 적절한 환경이 유지되었고, 이러한 환경에 맞게 진화가 거듭된 결과 인간이 지구 위에서 지배적 역할을 하는 생물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구상에서 인간이 지속적으로 번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최근 자연성 회복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지구의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 놔두는 것이 위에 말한 우리가 살아가기 적절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증가하는 인구,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우월한 지적 능력으로 진보하는 과학기술 등으로 인해 인류는 자연을 좀 더 사용하기에 편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변화된 환경이 크게 훼손되지 않고 유지되면 별문제가 없지만, 인간의 개입으로 자연적 순환과 균형이 파괴되는 경우, 이를 회복시킬 방법론을 두고 이해당사자 간의 충돌이 나타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변화시킨 자연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변화를 초래한 모든 원인행위를 제거한다고 해도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으며,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여 원래 개발활동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 또한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연환경의 건전성 회복과 사업 초기목표 달성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놓고 연구가 수행되게 된다.

자연은 한번 변화하면 다시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직접적으로 자연환경에 실험하며 무엇이 최적의 방안인지 파악할 수가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다양한 방안을 시행했을 때 자연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의하고, 특정 방법이 효과가 있다고 나타나면 그 방법을 실증하는 형태, 즉 전면적인 변화를 주기보다는 일부분에 대해서 방안을 시도하여 그 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을 한다. 이후, 실증 실험 결과가 긍정적인 경우 전면적 사업의 시행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순차적 방법, 모델링을 포함한 최적 방안 파악, 실증효과 검증, 그리고 전면적 시행이라는 순서는 자연성 회복과 불필요한 시행착오의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금강하굿둑 해수유통 문제를 놓고 전북과 충청권 사이에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수자원 이용의 상당부분을 금강 하류에 의존하고 있는 전라북도와 금강 하구 해수유통을 통해서 수질개선을 이루어야 한다는 충남의 입장에 대해서는 여러 보도가 있었으니 여기서 다시 자세한 언급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위에 기술한 순차적 검증에 관련되어 한가지는 짚어보고자 한다.

한 포럼을 통해 금강하구의 해수 유통을 시켰을 때, 퇴적환경, 어업환경, 그리고 수질변화에 대한 모델링 결과를 소개하는 발표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 연구자의 발표에 의하면 금강하류의 부분적 해수유통을 관계 당국과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실증사업은 당연히 모델링을 통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때 이루어져야 하지만, 여러 발표의 모델링 결과 중 어느 것도 뚜렷한 효과를 보여주지 않았고, 특히 실증사업을 통해서 시험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해수유통을 시켰을 때도 뚜렷한 수질개선이 나타나지 않음을 지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기초연구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증사업을 시행하게 된다면 해수유통을 위한 해수유통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업의 시행에 대해 좀 더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유사한 상황은 새만금에서도 발생하고 있기에 전라북도는 기존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응논리를 충실히 마련해 대처해야 한다. 그간 일부에서 주장한 대로 우리의 행위가 자연에 변화를 초래했다면, 그것을 원래대로 돌리겠다며 시행하는 대책이 별 효과없이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