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줄탁동시
  • 고재찬 군산대학교 산학협력단
  • 승인 2022.06.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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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찬 군산대 산학협력단 교수<br>
고재찬 군산대 산학협력단 교수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을 뜻하는 통계적 법칙을 일컫는데 요즈음 우리가 접하고 있는 현상들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심히 우려스럽다는 생각이다. 북핵 문제는 거의 임계점에 도달하였다는 염려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기를 바라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폭은 최대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나라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여 가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을 보자. 한국은행 발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대비 5.4%를 기록하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하는 가운데 곡물가격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실생활에서의 생활물가 상승폭이 커 서민들의 고통은 배가 되는 느낌이다.

다음 무역수지를 보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615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1.3% 늘어 5월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수입은 632억 달러로 32.0% 증가하여 결국 지난달 무역수지는 1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의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78억5,000만 달러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올해 일부 수출이 호조세에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결국 수입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한국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습니다.”지난달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22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말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 현상을 말하는데 이미 그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서머스 전 장관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주요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게 하락하는 게 아니라 강력한 정책과 조건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빠른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현 상황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 경제 또한 향후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2년 이내 선진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 우리나라도 향후 1~2년간 가파른 경기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다음은 보호무역주의 급증현상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닭고기 수출을 금지하였고 세계 2위 밀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인도는 지난달부터 밀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연간 설탕 수출량도 제한하고 있다. 세계 1위 팜유 생산국 인도네시아도 팜유 수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방해로 곡물 수출을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스위스 장크트갈렌대학교의 사이먼 이브넷 교수는 올해 식품·비료와 관련된 수출 제한 조치는 47개인데, 이 중 43개가 전쟁 발발 뒤 발표된 것이라며 보호 무역 조치가 전쟁 뒤 폭증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걱정이다.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애국주의로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이 국제 사회로 돌아왔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이번 한국 방문에서처럼 그 역시 자국의 투자유치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안보, 경제안보 측면에서 자국의 이익이 우선일 뿐이다. 지금 해야 할 조치는 무엇일까 조속한 긴축정책의 추진과 아울러 서민을 위한 대책으로 귀결되는 상황이다. 중요한 일 급한 일 중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급한 일을 처리하다가 중요한 일을 놓쳐서도 안 될 일.

때마침 지방선거가 마무리되고 우리지역에서도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설레는 시간이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됨을 의미하는 말로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단어라는 생각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서로 힘을 합해 서로 도와 내일을 향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더 큰 어려움이 닥치지 않도록 주도면밀한 대응도 함께 주문해 본다. 우리 서민들은 평범한 일상이 최고의 행복이다.

고재찬<군산대학교 산학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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