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으로 간 청년들
시장으로 간 청년들
  •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2.06.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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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조선8도를 답사하고 써낸「택리지」에서 전주를 ‘땅이 기름지고 생산이 활발해서 만 개의 마을 삶에 이용할 생활필수품들이 다 갖추어진 곳’이라고 표현했다. 풍부한 자원 덕분에 전주는 조선시대부터 많은 시장이 문을 열었고, 전주성 4대 성문마다 장이 섰다. 각종 농수산물과 토산물로 넘쳐나고 각지에서 모여든 장꾼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식을 나누며 서민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전주의 시장들은 남문 밖 시장을 중심으로 통합되었고, 1936년부터 지금의 ‘남부시장’으로 불리게 된다.

남부시장의 최고 전성기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이다. 호남 최대의 물류 집산지이자 상업과 금융, 교통의 중심지였던 남부시장은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의 집산지로서 부산이나 마산에서도 쌀을 사러왔고, 전국의 쌀 시세가 이곳에서 결정되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나눈 역사의 현장인 남부시장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며, 그렇게 화양연화는 끝이 났다. 유통환경의 변화와 도심 공동화 현상 등으로 1990년대 이후 크게 쇠락해 간 것. 심기일전하여 시설 현대화 및 새 단장에 나선 것이 2000년대로 중소기업청 시장육성사업을 통해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 운영과 시장 2층에 하늘정원을 조성하게 됐고, 201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인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참여해 환경 개선과 문화적 접근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변화를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 한 것은 바로 청년과 예술가들이 시장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전통시장 내 청년몰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흥망성쇠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청년몰들의 롤모델이 바로 남부시장의 청년몰 ‘레알뉴타운’이다. 새마을시장이었던 남부시장 2층에 ‘REAL(진짜)+NEW TOWN(새마을)’을 합성해 ‘레알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의 감성을 시장에 접목하고 새롭게 재해석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이들의 시장 입성으로 전에 없던 청년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감성이 시장에 입혀지면서 기존 주 이용층이었던 노년 및 장년층 외에도 젊은이들을 시장으로 이끌었고, 전국에서 이를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 온 불황으로 남부시장 야시장이 3년 가까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청년몰의 활기도 위축됐다. 청년몰에서 운영하던 가게가 처음 33곳에서 현재는 17~18개로 줄었으며, 이마저도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 이 뿐만 아니라 서부시장 ‘청춘시전’도 고전을 면치 못했고, 신중앙시장의 ‘청춘밀당’은 아예 문을 닫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코로나19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지역 전통시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도내 전통시장 등에 따르면 시장을 찾는 방문객이 코로나가 한창일 때와 비교해 10~20%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전주시가 남부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비와 지방비 등 총 24억원을 투입해 옛 원예공판장 2층에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추진 중으로 기존 남부시장 청년몰과 야시장 등과 연계 가능한 새롭고 다양한 문화 향유 공간을 조성하고 이곳과 이어지는 전주 천변에는 여행자 거리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청년몰이 앞으로 새롭게 조성되는 이러한 공간들과 시너지를 이뤄 남부시장에 다양한 매력을 더해주고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인구고령화와 청년인구유출 등으로 심각한 인구감소와 지역상권 황폐화 등으로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요즘 시대에 전통시장 활성화와 나아가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남부시장과 청년몰의 새로운 화양연화가 다시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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