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한동훈의 공통점
조국과 한동훈의 공통점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 승인 2022.06.07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얼마 전 모교에서 특강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0여년만에 방문한 모교는 바뀐 듯 바뀌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 반짝이는 후배들의 눈동자를 보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강의는 법조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여 강의했던 부분은 법조인이 되는 방법이었다. 사법시험이 폐지된 현재에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해야 법조인이 될 수 있다. “로스쿨 입학에 가장 중요한 스펙은 무엇일까요?” 잠시 멈칫했다. 10년전 로스쿨 입학 당시가 떠올라서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막 도입된 초창기에 필자는 로스쿨 시험을 치렀다. 운 좋게 입학을 하고 난 뒤 놀랐던 사실은, 120명의 동기 대부분이 학부가 대부분 서울대이거나 외국대학교였다는 점이 아니었다. 고등학교였다. 필자와 몇몇 동기들을 제외하고 ‘강남 8학군’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들이 대다수였다. 지방 소재 고등학교를 나온 동기들은 그나마 과학고 혹은 외국어고와 같은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이었다. ‘일반계’, ‘지방’ 출신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은 필자를 포함한 소수에 불과했다.

90년대 이후 사법시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니 로스쿨 제도 특유의 성질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후배들에게 중요한 스펙중 하나가 출신지역, 그리고 그것을 표상하는 고등학교라고 말해줄 수는 없었다. ‘원시적 불능’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 아버지 세대는 어땠을까. 전북 토박이인 아버지때엔 그래도 ‘전고’로 대표되는 지역 명문고등학교들이 있었다고 한다. 경기고, 서울고, 휘문고, 현대고, 단대부고… 8학군이란 말이 생기기 전, 그래도 서울 소재 고등학교 출신들과 지방 출신들은 경쟁을 할 수 있었다.

‘조국 사태’는 자녀 입시에 관한 ‘좌우’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 ‘좌파는 자신의 아이가 서울대 나온 좌파이길 바란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조국 부부의 범죄사실과 관계없이 이른바 사회지도층이 자녀 교육에 대해서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었다. 비교적 단순했던 과거의 대입제도와 달리 요즈음 대입제도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세습의 측면에서 부르주아지보다 신흥 인텔리 계급은 불리하다. 부자들은 상속세만 걱정하면 되지만 인텔리들은 자신의 계급을 합법적으로 물려줄 수 없다. 귀족사회가 아닌 공화정에서 인텔리들이 법조인, 의료인, 고위 공무원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지위를 물려주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이다. 한편 중산층과 서민들도 자녀들의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켜주는 방법 또한 교육이다. 그리고 ‘직업에 귀천 없다’는 말이 통용되는 북유럽이 아닌 무한경쟁의 대한민국에선 교육이 하나의 쟁투가 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의 자녀 입시스펙은 논란이 많았다. 자녀의 국적이 미국이었다는 점, 외국대학 진학 목적을 위한 국제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점, 그리고 논문 대필 논란으로 대표되는 입시 컨설팅 스펙 의혹들. 조국과 한동훈의 중요한 공통점은 정권 실세이고 서울대 출신이며 법무장관이라는 사실이 아닌, 자녀 교육과 관련하여 ‘좌우’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초등학교 자녀를 두고 있는 필자가 제일 신중하게 투표를 한 후보는 도지사도 시장도 아닌, 교육감 후보였다. 전북은 낙후되었고 미래가 암울하다. 거창한 정치학의 발전국가 이론을 빌리자면, 전북은 ‘개발도상국’이다. 자원도 인프라도 없어 사람만이 희망이다. 대치동에 살지 않아도, 국제고등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기회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는 전북교육을 보고 싶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