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다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다
  •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 승인 2022.05.26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전주문화재단은 문화예술교육의 협력 파트너를 찾는 과정의 일환으로, 전주문화예술교육 반상회와 전문가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거점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팔복예술공장과 더불어, 생활권 문화예술교육의 기획부터 실행과 평가까지의 전 과정을 예술인 간의 협력을 통해 꾸려나가는 모임이 반상회인데, 반상회는 지난해부터 시작해서 올해 2기의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 자문단에서는 이 반상회의 활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굉장히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뭔가를 해 나가는 조직처럼 보이지만, ‘반상회’라는 조직체계는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다기보다는 사실상 대표성을 띄는 사람들이 모여 권한을 만들고 정보의 독점과 분업을 유도한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리고 반상회 1기의 활동을 마치고 다함께 평가회를 진행하던 날, 자문단은 그간의 ‘반상회’라는 단어에 대한 선입견을 깬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첫 번째 이유는 프로그램이 아닌 프로젝트로 접근했다는 지점이었다. 비전, 목표, 가치를 미리 정해두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과정 안에서의 시행착오와 변화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공모사업이나 보조사업에서는 큰 틀에서의 궤도적 수정을 허용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더 진화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러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마지막 이유는 실질적인 지원예산 규모였다. 반상회를 통해 기획된 프로그램에 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던 말에, 자문위원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300만원이면 통상적인 사업비치고는 적지 않나요? 그런데 왜 불만이 없으실까요? 더군다나 그 작은 예산 주면서 수차례의 회의와 프로그램 실행까지 해야 하는데 왜 재밌어들 할까요? 이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인가, 아니면 내가 이상한 건가 헷갈릴 지경입니다. 거기에는 또 숨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중략) 제도권 안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뭘 할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했다는 게 놀랍습니다. 공모사업이나 보조사업의 틀을 완전히 깬 것이죠. 전주의 문화예술교육 반상회는 한국의 쪼그라든 문화예술교육을 다시 본질로 회복시키는 아주 중요한 계기라고 거창하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 권순석(반상회 자문회원,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

 그리고 우리는 올해, 반상회 2기를 통해서 이 느슨한 연대를 지속하고자 한다. 프로그램이 아닌 프로젝트였다고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주 시원하게 벗어나지는 못했던 작년이었다. 여전히 우리는 ‘적어도 몇 회차 정도는’이라는 규칙과 ‘안전하고 완전하게’라는 규율을 습관처럼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래서 2기는 더 많이 상상하고, 더 많은 불완전과 실패를 경험하도록 더욱 ‘프로젝트’스러운 일들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문화예술교육 실천가’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쓰이는 요즘이다. 문화예술교육을 일종의 분야로 생각하지 않고, 철학이나 가치로 정의하기 때문에 ‘실천’의 대상으로 삼게 된 것이 아닐까. 올해 전주는 다섯 명의 반상회 회원들부터 멀리 호주 아트플레이의 제시카 윌슨까지, 모두가 전주 문화예술교육의 실천가가 되어 함께 전주 문화예술교육의 생태계를 꾸려 나가고자 한다. 결국 이러한 협력과 관계 맺기를 우리는 전주 문화예술교육 실천의 기반이라고 여기고 있다.

 김주희<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