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가수의 트롯, 매우 불편
어린 가수의 트롯, 매우 불편
  • 안도 문학 평론가
  • 승인 2022.05.10 15: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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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문학 평론가
안도 문학 평론가

요즈음 트로트 열풍으로 코로나의 위안을 받고 있다. 나도 트롯을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듣기는 무척 좋아한다. 오죽하면 대여섯 살에 아버지가 좋아하던 ‘황성옛터’를 불렀을까. 그런데 트로트를 좋아했지만 요즈음 어린이가 방송에서 트로트를 부르면 보기에 아주 불편하다. 어린이의 모습보다 그런 어린이를 매개로 돈벌이를 하여 수입을 챙기는 사람들이 불편하다.

이 의견을 여러사람들과 말해 보았지만 그다지 동의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전 TV <미스트롯2>의 ‘초등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나로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기에 이 틈새를 비집고 다시 한번 불편함을 피력하고자 한다.

<미스트롯2>만 그런 것은 아니다. 모 방송 <보이스트롯>에서도 한 어린이가 완벽하게 노래를 부르는데, 라이벌 어린이는 울먹이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카메라는 고통스러워하는 어린이의 표정을 기어코 클로즈업해 보여주었다. 어린이들을 이렇게 잔인한 장치에 몰아넣은 방송사와 불안과 질투에 떨며 우는 그들의 모습을 방영하는 방송의 행태는 과연 옳은 걸까?

그리고 트로트 가사도 마음에 걸린다. 어린이 출연자들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훌륭한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심사위원들도 어떻게 저 나이에 그런 감정을 표현하느냐며 감탄했다. 그러나 그게 과연 좋은 것일까?

우선 노랫말들은 대부분 어린이가 부르기에 매우 적절치 않다. 모 프로의 초등부 팀 미션곡인 ‘하니하니’의 가사를 보면 “아무것도 묻지 마. 우리 그냥 이대로 뜨겁게 뜨겁게 사랑하다가 아침이 올 때까지만 내 곁에 있어 주면 돼. 그리고 미련 없이 우리 그냥 헤어져”다.

어린이들이 부르기엔 매우 민망한 가사다. 9살 어린이가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부르며 “여보… 어린 용구는 오늘 밤도 아빠를 그리다가 이제 막 잠이 들었어요. 네 여보 여보~”라고 외치는 모습도 마음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국악도 어린이가 소화하기엔 부적절하거나 어려운 가사지만 국악 천재들은 잘 소화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미스트롯2>에서 트로트 경쟁을 하는 두 어린이는 이 전에 ‘국악 신동’으로 KBS 등에서 공연했다. 그러나 이들이 출연한 춘향가와 심청가, 수궁가는 어린이가 부르기에 적절한 수위로 잘 조절된 내용이었다.

필자는 그렇다고 어린이들에게 동요만 부르게 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국악이든, 트로트이든, 아니 노래뿐 아니라 춤이나 연기 모든 면에서 어린이가 출연하는 방송에 있어서는 어린이들의 교육적 측면과 정서를 감안하여 곡을 선정하고, 의상, 안무 등 표현 수위는 세밀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출연 아동·청소년의 권익보호를 위한 표준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방송제작 현장에서 방송사, 제작진, 출연자, 보호자들이 공동으로 준수해야 할 사안을 규정한 것은 다행스럽다.

“어린이들이 방송 출연으로 인해 사이버 괴롭힘, 악성 댓글 등으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선정적인 의상을 입거나 진한 화장을 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가 벨리댄스를 하는 모습도 매우 불편하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말고 쳐다보자.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 어린이는 좋은 교육시설에서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따라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절대로 사행 행위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이가 건전하게 자라야 나라가 건전하다.

안도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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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2022-05-12 16:28:43
"나도 트롯을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듣기는 무척 좋아한다. 오죽하면 대여섯 살에 아버지가 좋아하던 ‘황성옛터’를 불렀을까. 그런데 트로트를 좋아했지만 요즈음 어린이가 방송에서 트로트를 부르면 보기에 아주 불편하다."
자신은 해도 되고 남이 하면 안된다는 것을 우리들은 내로남불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