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곤충 왜 거부하시나요?”
“식용곤충 왜 거부하시나요?”
  • 남성희 농촌진흥청 곤충양잠산업과장
  • 승인 2022.04.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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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희 농촌진흥청 곤충양잠산업과장
남성희 농촌진흥청 곤충양잠산업과장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윽한 풍미를 담은 커피는 고소하고 달콤하다. 이런 커피의 맛과 향은 누가 만들어 낼까? 그것은 곤충이다. 만약 곤충이 화분을 매개하지 않았더라면 커피콩은 열리지 않거나 불량 열매를 맺어 우리는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없었을 것이다.

곤충은 인류와 공존하며 인간에게 유익한 역할을 한다.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수분을 도와주고, 부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또한, 벌꿀, 프로폴리스, 실크 등은 의학적으로 이용돼 우리의 건강증진을 돕는다. 뿐만아니라 장신구 등으로 활용되거나 예술 등의 분야에서도 이용돼 인류문화에 기여하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화제는 ‘식량으로서의 곤충’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는 환경문제, 식량안보의 불안정성, 인구증가에 다른 단백질 수요증가, 동물단백질의 가격상승 등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를 풀 열쇠로 식용곤충이 주목받고 있으며, 곤충이 환경과 건강, 식량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류가 곤충을 먹은 것은 매우 오래됐다. 또한, 지구상의 20억 명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곤충을 식품으로 이용해 왔다고 알려졌는데, 그 종이 무려 1,900종에 달한다. 실제 곤충의 영양학적 가치는 매우 크다. 대다수 식용곤충 종의 단백질 함유량은 60%에 달한다. 2013년 설립된 영국의 잇 그럽(Eat Grub)의 설립자 중 하나인 닐 휘피(Neil Whippey)는 곤충 단백질을 5년간 먹어 크론병을 극복했다고 한다. 미국 위스콘신대 실험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장 건강 개선, 염증 개선 효과가 있으며, 농촌진흥청 연구에서도 곤충 종에 따라 다양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렇게 이로운 가치가 큼에도 식용곤충을 섭취하는 데 어려움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왜일까?

첫째, 곤충에 대한 편견이다. ‘원시적이고 발전하지 못한 문명에서 곤충을 먹는다’, ‘징그럽고 무섭다’ 등 생각의 벽이 곤충 먹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곤충은 식용으로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곤충이 식품으로써 사랑받으려면 사람들이 가진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

2004년도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에게 곤충을 직접 경험하게 한 결과, 짧은 기간에 곤충의 가치를 인정하는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와 미국은 곤충을 주제로 축제를 열어 곤충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맛을 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 결과, 곤충에 대한 편견과 혐오감을 없애는 효과를 얻었다.

따라서 곤충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려면 곤충 제품을 자주 노출하고 익숙해지게 함으로써 곤충의 유익성을 알려야 한다.

두 번째는 과학적 입증의 부재다. 사실 곤충을 연구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식용을 목적으로 한 연구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한다. 맛없는 식품을 계속 먹으라고 강요하면 결국은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해초는 서양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색 음식으로 취급받았으나 맛과 영양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건강식의 재료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한때는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으로 여겨진 가재나 새우 등 절지동물이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구명돼 지금은 고급요리로 자리 잡은 것은 매우 좋은 예다.

영국의 엔토(Ento)프로젝트는 서구식단에 식용곤충을 도입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삶기, 튀기기, 굽기 등 다양한 조리로 새로운 맛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가공된 식품은 시식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려면 맛은 최우선이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새로운 소재를 식품으로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면 맛과 기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연구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곤충식품이 미래 식량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대량생산시스템의 개발과 함께 식품으로 안전함을 입증하고, 맛과 영양학적 가치 구명, 가공 방법 개발, 기능성 구명 등이 순서대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의 노력이 앞으로 미래 식량으로서의 곤충의 입지를 단단히 하고 새로운 식품 패러다임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성희<농촌진흥청 곤충양잠산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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