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불감(狼狽不堪)’의 중소건설업
‘낭패불감(狼狽不堪)’의 중소건설업
  • 윤방섭 대한건설협회 전라북도회장
  • 승인 2022.04.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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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건설업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산다’

 

윤방섭 대한건설협회 전라북도회장
윤방섭 대한건설협회 전라북도회장

‘낭패불감(狼狽不堪)’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낭(狼)과 패(狽)는 본래 동물 이리의 이름이다. 낭은 앞다리가 길고, 패는 앞다리가 짧은 동물로, 낭은 패가 없으면 서지 못하고, 패는 낭이 없으면 걷지 못하므로 반드시 함께 행동해야만 한다. 옛날 진(晉)나라의 이밀(李密)이 라는 사람이 쓴 ‘진정표(陳情表)’라는 글에서 유래한 말인데 글에 따르면 진무제 사마염이 이밀이라는 사람을 태자세마라는 관직에 임명하려 했으나 이밀이 이를 계속 거절하였다.

그럼에도 사마연의 요청이 계속됐고 이밀의 더 이상 거절할 방법이 없자 자신의 처지를 글로 써서 황제께 올리게 되는데 글의 요지는 이렇다 “어렸을 때부터 부친을 여의고 개가한 어머니 대신 네 살 때부터 자신을 키운 자신 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는 연로한 할머니 여생을 제가 아니면 누가 돌봐 드리겠습니까” 그렇지만 제가 관직을 받지 않으면 이 또한 폐하의 뜻을 어기는 것이 되니, 오늘 신의 처지는 정말로 낭패스럽습니다[臣之進退 實爲狼狽(신지진퇴 실위낭패)]. 그래서 이밀의 간곡한 요청은 결국 받아들여졌다. 여기서, ‘낭패불감’은 ‘낭패스럽다’는 난감한 처지에 유래한 말이다.

어떤 상황에 닥쳐 어쩔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처지를 뜻하는 ‘낭패불감’이 지금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중소건설업계의 정확한 표현이라면 과언일까?

회사 규모는 작고 직원들 수도 적지만 항상 식구처럼 지내고 있는 직원가족들의 가족의 생계를 생각하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회사를 닫을 수도 없고 건설물량 자체가 부족한 시장에서 수주산업의 특성상 여기저기 뛰어다니지만 뾰족한 방법도, 쥐어짤 마른 수건도 없는 중소건설업계의 현실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대한건설협회 전라북도회 자료에 따르면 522개사 종합건설업체 대상으로 지난 2021년도 건설공사 기성실적신고를 분석해보면 종합건설업의 영업을 유지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토건업체 기준)인 50억원 미만의 건설공사를 신고한 회사의 비율이 전년 62.7%(297개사)에서 63.4%(319개사)로 증가하였고 미실적사와 미신고사는 16개사에서 19개사로 3개사 증가하였다.

또한, 사상 초유의 자재대란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e대한경제에 따르면 작년 3월 대비 철근(SD400·10mm기준)도 t당 75만원에서 115만으로 약 53%, H형강 t당 88만원에서 134만원으로 약 52%, 시멘트는 ㎥당 7만8천8백원에서 9만3천원으로 약 18%가 폭등했다. 물가 인플레이션의 부담이 쓰나미처럼 건설업계로 몰리고 있는데 누구 하나 나서 상황을 해결하려는 곳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지난 1월 27일 발효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1명 이상 사망의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물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상과 질병 재해에도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을, ‘법인과 기관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각각 부과할 수 있어 중소건설업계의 경영위기 의식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제3항에는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46조 내지 제48조에서도 중소건설사업자에 대한 지원과 이에 대한 조치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체의 건설산업 중에서 중소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볼 때 중소업체를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모든 것을 시장 논리에 맡긴다면 정부의 존재 이유가 과연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치를 갖고 중소건설업계가 진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여 줄 것을 간곡하게 바란다.

 

윤방섭 <대한건설협회 전라북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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