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단독법, 무엇이 문제인가?
간호단독법, 무엇이 문제인가?
  •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2.04.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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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br>
김형준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며칠 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료 10개 단체가 국회의 간호단독법 제정 논의 중단과 제정안 즉각 폐기를 촉구하고, 일치단결해 제정안을 총력 저지하겠다고 결의하였다. 이날 집회에는 공동 비대위에 참가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이 동참했다. 대한간호협회를 제외한 거의 모든 보건의료인력 단체가 참여한 셈이다. 그동안 간호협회가 추진 중인 간호단독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조항을 따로 떼어내 ‘간호사 법’이라는 이름으로 단독 법안을 제정하려는 것이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 명확화, 적정 간호사 확보와 배치 처우 개선,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 및 3년마다 실태조사, 기본지침 제정 및 재원 확보 방안 마련, 간호사 인권침해 방지 조사, 교육의무 부과 등을 내용으로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이며 법안 통과의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의협과 보건의료 단체의 강한 반발을 가져오고 있다.

이런 간호단독법에 대해 대다수 타 직역 보건의료인과 의료보조인들이 반발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문제가 되는 점은 ‘의료법’과 ‘보건의료 인력지원법’이라는 통합된 법률이 있음에도 ‘왜 간호사만 독립된 법을 제정하여 자신들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받고자 하는가’이다. 의사법, 치과 의사법, 간호조무사법 등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그동안 의료법이라는 단일한 법률에 따라 의료활동이 이루어진 것은 각 직역 간의 업무와 역할이 다르지만 직역 간 이해관계의 상충보다는 협업과 통합을 통해 의료라는 하나의 결과로 귀결되는 것이 국민 건강권 확보라는 대명제에 더욱 부합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각 직역이 의료법으로부터 독립하여 각자의 권리와 직역의 역할 확대를 추구한다면 의료체계의 근간인 의료법은 유명무실해지고 질서는 무너지고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더욱이 더 큰 문제는 현재 심의 중인 간호단독법은 특별법으로 발의되어 대다수 의료인의 활동을 규정한 의료법보다 간호사법이 더 상위법이 된다는 점이다. 즉, 두 법률에 어긋난 부분이 있다면 의료법보다 간호사법에 따라야 한다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간호단독법 안의 가장 큰 독소 조항으로 간호사의 업무가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대신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간호가 아니라)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되는 것이다. 의사의 처방 하라는 전제이지만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가 그 필요를 간호사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에 대한 필요한 업무’는 의료인의 고도의 의학적이고 독자적인 판단을 포함하는 것이기에 의사가 ‘필요’를 결정하는지, 간호사가 결정하는지에 대한 해석에 따라 불필요한 혼란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간호가 아닌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정의는 현행 의료법과 수많은 판례에도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의료사고와 진료행위에 대한 책임소재에도 논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의 지도하에 이뤄지던 팀플레이가 간호사만의 단독플레이도 가능하게 된다는 것으로 어느 것이 더 안전하고 필요한 일인지는 매우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랜 수련과 교육을 통해 일정 자격을 갖추었을 때 엄격한 시험을 통해 전문분야에 면허를 발급하고 면허라는 자격을 갖춘 사람을 통해 의료행위를 행할 수 있게 하여 최소한의 의료의 질을 보장하고 무분별한 불법이나 질 낮은 의료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면허 제도의 근간을 부정하는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의협 등은 이 조항이 간호사의 독립된 의료기관 개설의 징검다리와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박찬숙 의원이 발의한 간호사법에는 “간호사가 ‘간호요양원’(노인·장기질환자·회복기의 환자 등에게 처방된 약물·요법의 투여 및 치료와 예방에 필요한 처치 등을 수행하는 기관), ‘가정간호센터’(재가 환자·가족을 대상으로 간호와 진료업무 수행) 등을 개설해 독립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는데 결국 이런 목표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간호사만이 간호업무를 할 수 있고 아닌 경우 무면허 행위로 규정한 점, 그리고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가 수행하는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 등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의사가 간호사 없이 간호를 해도 무면허 의료행위가 되며, 또 간호사의 지도가 없는 경우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의 업무를 제한하고 영역이 축소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간호협회의 간호단독법 추진의 목적을 살펴보면 의료 현장에서 간호인력의 부족에 따른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의 개선과 간호업무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 모두 간호사의 근무 환경개선과 인력 확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간호단독법을 만들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료수가의 현실화와 의료재정의 확대 등 보건의료인 모두가 노력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건의료 인력지원법’이 이미 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심의 중인 간호단독법은 앞선 좋은 추지보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독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내용으로 보건의료인 간의 갈등만을 조장해 오히려 더욱 혼란만 가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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