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은 문화자치부터
지방분권은 문화자치부터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 승인 2022.04.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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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지난해부터 ‘지방분권’이 화두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법이 재개정되고 제도적으로 정비되고 있다는 소식을 언론들은 보도됐다. 필자는 건국 이래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권적 국가시스템이 고착된 우리나라는 아직도 지방자치가 정착됐다고 보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통해 단체장과 광역 및 기초의원을 선출한다고 지방자치가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의 집권하에 생사가 달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려면 지방분권은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한다.

민선 8기 지방선거가 오는 6월1일 치러진다. 그동안 대선에 묻혀 지방선거가 점화되지 못했다. 4월 들어서야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각 정당은 선거구별 경선후보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전북은 민주당 독주 지역이다. 이러한 정치적 풍토 때문에 전북에서는 ‘공천=당선’이란 등식이 오랜 세월 유지되어 왔다. 이 또한 개선되어야 할 전북만의 과제다. 맹목적인 민주당 지지에서 벗어나 인물중심, 정책중심의 선거문화가 이뤄질 때 선의의 경쟁과 긴장감이 전북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전북은 연일 시끄럽다. 송하진 도지사가 민주당 경선후보 심사에서 컷오프됐기 때문이다. 신문, 방송들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송하진 도지사는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고령’과 ‘3선 피로감’ 때문에 컷오프된 것처럼 보도되었다. 현대사회에서 70은 청년이다. 고령이 아니다. 필자는 민주당 당원이다. 그럼에도 이번 민주당의 결정은 납득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판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화가로서, 지역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발전과 문화발전을 위해 정당이 앞서주길 바라는 마음에 당비를 납부하고 있다.

어찌됐건 지방자치, 지방분권이 건강하게 정착되려면 ‘문화자치’부터 이뤄져야 한다. 정치인이, 민주당이 앞장 서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문화예술교육에서도 문화자치,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6월부터 ‘지역문화진흥법’이 시행되고 있다. 2014년 관련 법이 제정된 이후 가장 큰 변화로 문화정보 격차 해소와 정책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갈증은 여전하다. 전북도 이에 부응해야 한다. 전남은 ‘학교문화예술교육 진흥 조례안’을 공포하고 더 좋은 문화예술교육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지역자율성과 문화자치 실현을 위한 ‘지역문화혁신포럼’을 개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북은 ‘예술의 고장’이다. 전국 어느 곳과 비교해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문화강점이 많은 곳이다. 법률적으로, 제도적으로 지방문화진흥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지방분권의 조기 정착을 위해선 문화자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전북도와 14개 시·군이 문화자치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전북도와 각 시·군의 주요사업을 보면 문화사업은 후순위로 밀려있다. 인구감소와 청년유출 방지를 위해 기업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공장만 오는 것이 아니다. 그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을 담보할 수 있는 문화인프라가 있을 때 이주도 쉽게 결정할 것이다.

정부 발표자료 중 ‘지역문화실태조사’에 의하면 재정자립도가 높거나 시 단위 지역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도농통합지역, 농촌지역보다 문화여건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연구원 한 박사는 포럼에서 “지역의 역할이 강조되는 문화자치라도 문화적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며, 지역 간 문화기반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 문화재정의 확보와 지원이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민선 8기 전북도지사와 14곳의 시장, 군수들은 문화분권, 문화자치를 위해 정치권과 협력해 윤석열 정부 정책이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전북의 문화 비전과 전락, 과제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해주길 바란다.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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